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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커지는 위기 징후, 늦기 전에 대비해야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매일 아침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필자에게 묻는 건강관리 비결에 대한 대답이다.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조깅을 거르지 않는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위기가 닥치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는다. 항상 우리 경제에 이상 신호는 없는지 면밀히 살피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한국 경제에 울리는 경고음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은 연일 고공 행진이다. 지난 1년간 원유 가격은 약 60%나 올랐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우리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코로나와 미중 갈등에 따른 전 세계 공급망 차질,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수출 환경 악화는 이제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됐다.

대내 환경도 녹록지 않다. ‘빚투’ ‘영끌’이 대세가 되면서 가계부채가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의 106.7%까지 급증했다. 그동안 너 나 할 것 없이 빚을 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낼 걱정에 가계가 휘청인다. 지난 수년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각종 기업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투자 환경이 나빠진 것도 문제다.



최근 5년간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ODI)가 연평균 13.9% 늘어나는 동안 국내 총 고정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일제로 환산한 일자리 수도 209만 개나 사라졌다. 한국 경제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당장 기업 실적이 좋다고 박수만 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를 알리는 사전 경고는 있었다. 단지 호황에 취해 있던 정부나 국민들이 위험을 간과했을 뿐이다. 이미 알고 있듯 그 대가는 혹독했다.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던 1970년대 오일쇼크와 유사한 상황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경기는 불황으로 접어든다. 그사이 공급 차질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는 계속 치솟는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재정을 풀자니 이미 코로나19와 지난 정부의 포퓰리즘으로 늘어난 정부 부채가 부담이고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 현장과 노동시장의 규제를 과감히 풀고 투자나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은 “경제학은 왜 매번 뒷북만 치느냐”고 자성했다. 경제학자는 실증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다 보니 뒷북을 칠 수도 있지만 정책 당국자는 입장이 다르다. 진단을 내렸으면 병이 커지기 전에 처방과 치료에 즉각 임해야 한다. 건강도 경제도 좋을 때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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