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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법인세 5%P 낮추면 6兆 투자 여력…기업 살려야 'S의 늪' 넘는다

[정상화 시급한 누더기 세제]

<1>기업·가계 부담을 줄이자

기울어진 운동장 → 투자의욕 상실 → 경기 침체 '악순환'

올 법인세만 100조 훌쩍…尹정부 최저한세 등 손질 필요

또 다른 모래주머니 '투자·상생협력 촉진세'도 폐지해야





쇳물을 쏟아내는 제철소 고로.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조세 경쟁력이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10계단이나 굴러떨어진 것은 대기업 또는 부자를 겨냥한 ‘표적 증세’의 결과이다. 모든 조세제도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기본 원칙인데 편 가르기식 조세정책으로 쏠림 현상이 커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70조 4000억 원이던 법인세 세수는 올해 104조 원을 넘길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1년 만에 50%가 늘어날 정도로 세제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조세정책은 결과적으로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은 높은 세율이 세수 확대에 유리해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경제 전반의 부담을 높이게 된다. 기업의 세 부담 증가는 가격에 전가되고 이는 투자와 고용 하락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낮아진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상식’으로 통한다. 오윤 한양대 교수는 7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국가는 장기적으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지게 된다”며 “법인세 합리화를 통한 성장률 제고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은 정부가 올해 법인세 체계 개편에 나선다는 점이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표 구간은 현재 4구간에서 3구간으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정도의 개선으로는 경쟁력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국내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정도 세법 개정은 문재인 정부 때 생긴 부담을 다시 되돌리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번 기회에 법인세 과표 구간을 글로벌 표준에 맞춰 2개 구간으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법인세 과표 구간을 4개나 두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법인세 과표 구간이 3개인 나라도 룩셈부르크 1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2개 구간의 법인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외 32개 국가는 1구간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10대 기업은 27조 1000억 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납부했는데 만약 최고 세율이 20%로 5%포인트 하향 조정된다고 가정하면 각종 세액공제를 빼고 단순 계산해도 최소 6조 원 이상의 투자 여력이 더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표적 증세가 경제 왜곡을 만들어내는 것도 문제다. 가령 우리나라 대주주 기업인들은 배당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최고 46%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배당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당을 할 유인이 적다 보니 일감 몰아주기 같은 계열사 간 부의 이동에 대한 유혹에 기업인들이 늘 노출되고 이런 편법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이 과소 배당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민간 위주의 성장을 선언한 만큼 기업인의 기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체계 개편 과정에서 최저한세율도 동시에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저한세율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세율만 내려봐야 막상 혜택이 제한돼 제도 개선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실제 우리나라는 법인세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해 17%의 최저한세를 부과하고 있다. 가령 과세표준 1조 원인 기업이 법인세 최고 세율 25%를 적용받아 2500억 원의 산출세액이 나왔을 때 연구개발(R&D)이나 시설 투자 등으로 1000억 원의 세액공제가 발생했다면 최종 결정세액은 1500억 원이 된다. 하지만 이 기업에 최저한세를 적용하면 납부 법인세는 1700억 원이 돼 결과적으로 200억 원의 세금 혜택을 볼 수 없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 기업들이 풀어주기를 요구하는 ‘모래주머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제도는 기업이 투자, 임금 증가, 중소기업 상생 협력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일정 비중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미달액의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는 제도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법인세를 물고 남은 소득에 대해 또다시 세금을 물리는 것이어서 이중과세의 문제가 있을뿐더러 기업의 투자 의사 결정을 왜곡하는 등 비효율성을 확대시킬 수 있어 폐지 또는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법인세 공제 방식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손실을 냈을 경우 결손금을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해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냈을 경우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대 15년간 각 사업연도 소득의 60% 한도 내에서 결손금 이월 공제를 허용하는 반면 미국은 80%, 캐나다·호주는 100%까지 허용하고 있다. 공제 기간도 미국·영국·호주는 제한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15년으로 제한을 둬 훨씬 불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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