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두 달 전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은 0.6%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어섰는데 성장률마저 점차 꺾이면서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GDP(잠정치)가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고 밝혔다. 4월 발표된 속보치(0.7%)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 대비 하향 수정된 것은 2019년 2분기 이후 근 3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분기 이후로도 2021년 3분기(동일)를 제외한 모든 분기마다 0.1~0.2%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속보치에 반영되지 않은 3월 이후 경기가 급격히 꺾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활동 가운데 건설업이 1.0%포인트 하향 수정된 영향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안전 관리 강화 등 일시적 요인으로 건설이 부진한 것으로 봤는데 이후 3월 자료를 받아보니 건설 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성 실적이 좋지 않았던 부분이 나와 추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물가·저성장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으면 가계의 소비 회복이 지연되거나 기업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 환경도 좋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도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올해 수출 전망은 어둡다. 국제 유가부터 원·달러 환율 등 대외 변수 어느 하나 우호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한은이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날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산술적으로 보면 매 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5%를 기록하면 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2021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5373달러로 3년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1인당 GNI는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1인당 GNI가 2020년에 이어 지난해도 이탈리아를 추월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1인당 GNI는 3만 397유로로 지난해 연평균 달러·유로 환율(1.18228달러)을 단순 적용하면 3만 5937달러로 우리나라보다 564달러 많다. 국제 기관마다 적용하는 환율이 다른 만큼 세계은행 공식 통계를 지켜봐야 하지만 지난해 이탈리아 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높고 유로화가 원화보다 강세였던 만큼 재역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가 소비자 저축 등으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 9501달러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국민총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전년과 같은 68.4%로 2년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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