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간 가운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화물기사의 최저임금 격인 안전운임제는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에만 적용되고 있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호주에서는 안전운임제를 전 품목에 적용했다가 실패해서 철회한 사례가 있다”며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품목 확대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지속 시행)하고 오히려 적용 대상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최근 경유가가 전국 평균 2000원대를 넘어선 점을 들어 “안전운임이 시행되는 일부 품목은 유가 연동 적용으로 인상된 유가만큼의 운송료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안전운임 적용을 받는 화물노동자는 전체 42만 명 중 2만 6000여 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가 어려운 것은 화물운송을 둘러싼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되기 어려워서다. 현재 안전운임제가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적용되는 것은 두 품목이 규격화돼 있고 운임을 결정할 수 있는 화주(수출기업)들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안전운임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다른 품목으로 확대할 경우 어떤 기준으로 누구와 협상할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두 품목의 운송에서도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승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일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인과관계 등이 명확히 분석되지 않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협의와 관련해 국회에 공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 차관은 “안전운임제는 법률 개정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협상 주체이기 때문에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화물연대 조합원의 약 34%인 7500여명이 집회 및 대기 예정이라고 추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오전 8시 20분경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공장 앞에서 운송방해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이 체포됐다.
현재까지 항만, 공장, 컨테이너 기지 등의 출입구가 봉쇄된 곳은 없다. 정부는 화주와 운송업체들이 4~6일 물량을 사전 운송해 물류 피해가 크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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