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꽁꽁 얼어붙으며 증권주들이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글로벌 긴축 및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기세가 되살아나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증권주도 추락했다. 주요 증권사의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관측되기에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지만 3분기 증시가 반등할 경우 가파른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은 0.65% 떨어진 761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온 미래에셋증권은 장중 753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들어 12.02% 떨어지며 증시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다른 증권주들도 일제히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증권사 22개 중 8개 종목이 이날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유안타증권은 전날보다 1.73% 떨어진 313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로 장을 마감했다.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장중 각각 3835원, 693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SK증권·DB금융투자·한양증권·상상인증권 등도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날 증권주들의 주가가 힘을 못쓴 것은 인플레이션과 긴축 강화 우려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의 거래 대금이 줄어들며 매매 수수료로 거두는 수익이 감소하면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 대금은 각각 8조 1377억 원, 7조 2257억 원이다. 올해 1월 일평균 거래 대금 11조 2827억 원, 9조 3682억 원보다 각각 27.87%, 22.87% 감소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주는 14개월 연속 하락하며 역사적 최저점에 도달했다”며 “각국의 유동성 축소 움직임에 따라 거래 대금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투자 업계의 한파로 증권사들은 올 2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 코스피 증권섹터의 영업이익은 1조 4026억 원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57%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당분간 증권주의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하반기 증시의 반등 성공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확인하고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면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하며 거래 대금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 증권업의 실적과 주가는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된 후 증시가 반등할 때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긴축 종료 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운용손익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트레이딩 성과도 함께 회복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증시 회복이 과거처럼 거세지는 않을 수 있기에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거나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하는 종목 등이 주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올투자증권을 최선호주로 꼽으며 “IB 강화, 저축은행 인수, VC 상장 등을 통해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춰 가는 중”이라며 “올해부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하반기에 관련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은 키움증권을 긍정적으로 봤다. 정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부문과 연결 자회사 실적은 여전히 증시에 민감하기 때문에 증시의 반등을 예상할 때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라며 “최근 종합금융투자 사업자로 지정됨에 따라 기업대출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 역시 증시가 반등해 전통적 투자은행(IB)이 회복될 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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