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유지한(45)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주위에 직장인이나 공무원 친구들을 보면 차근차근 노후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업에만 신경 쓰느라 내 은퇴준비는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어떻게 은퇴를 준비해야 할까?
자영업자는 은퇴를 준비할 때 ‘절세’와 ‘노후 준비’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대비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바로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계좌다. IRP계좌는 근로자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어 자영업자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종합소득이 4000만 원 이하인 자영업자가 연간 400만 원을 연금저축에, 300만 원을 IRP에 저축하면 최대 115만 5000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종합소득이 4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최대 92만 4000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또한 저축기간 동안에는 금융소득세(15.4%)를 과세하지 않는다. 이렇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자금을 운용하면 그만큼 복리효과는 커진다.
적립금과 운용 수익은 55세 이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 낮은 세율(3.3~5.5%)의 연금소득세만 납부하면 된다. 그리고 연금수령액이 연간 12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과세 하지 않는다. 세금과 노후준비 때문에 고민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연금저축과 IRP는 반드시 준비해야 할 금융상품이다.
폐업을 하더라도 부채가 없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해 빚을 지면 채권자들로부터 재산압류가 시작된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면 다시 일어서려고 해도 자금이 없거나,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압류로부터 안전한 자산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이때 자영업자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노란우산공제다.
소기업?소상공인 범위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대표자라면 누구나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할 수 있다. 저축은 월 5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1만 원 단위로 가능한데, 복리로 적립된다. 저축금액에는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공제한도는 소득에 따라 다른데, 연간 사업소득이 4000만 원 이하면 500만 원, 4000만 원 초과 1억 원 이하이면 300만 원, 1억 원 초과이면 200만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공제금은 사업자가 폐업하거나 사망하면 수령할 수 있다. 보통 일시금으로 수령하지만 공제금이 1000만 원 이상이고, 60세 이상이면 분할 수령(5년, 10년, 15년, 20년)할 수도 있다. 이때 공제금은 법에 의해 압류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사업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직장인들은 자발적인 퇴직이 아니라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도 본인이 희망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홀로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나 50인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개업일로부터 5년 이내에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료는 얼마나 내야 할까? 소득이 불규칙한 자영업자 특성을 고려해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보수월액을 7개 등급으로 나누고, 가입자가 형편에 맞춰 보험료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료는 보수 월액의 2.25%이다. 실업급여는 최소 1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고, 매출 감소나 적자 지속 등 불가피한 사유로 폐업한 때 받을 수 있다. 반면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거나, 자발적으로 폐업한 때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실업급여는 선택한 보수월액의 50%를 받고, 가입 기간에 따라 최소 90일부터 최장 180일 동안 받는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이득일까? 이는 납부 보험료와 실업급여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자영업자가 5등급으로 1년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매출 감소로 폐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1년간 납입한 보험료는 77만 2200원인데 반해, 90일 동안 받는 실업급여는 429만 원이다. 물론 사업이 잘 돼 실업급여를 받을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는 장사가 잘 되면 세금이 문제고, 안되면 생존이 문제다. 그러므로 세금은 줄이고, 폐업 후 사업재기와 노후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은퇴설계 방법을 고민해보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은퇴설계전문위원
※‘NH All100자문센터’는 세무사, 부동산전문가, 금융(재무설계)전문가 등 자산관리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종합금융상담·세무상담·부동산 상담·은퇴설계 등 전국의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1:1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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