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건강보험 재정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건보 보장성 강화가 더디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시행 계획이던 일부 항목의 건보 적용 일정이 뒤로 미뤄 지는가 하면 일부는 적용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 건보 적용 대상 환자를 올해 3월부터 치아가 하나도 없는 ‘완전 무치악’ 환자에게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적용 대상은 치아가 일부 남아 있는 ‘부분 무치악’ 환자로 한정돼 있다. 바꿔 말해 부분 무치악 환자만 2개까지 30%의 본인 부담금으로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정확한 적용 확대 시점은 아직도 확정되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적용 확대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재정이 들어가는 사안이다 보니 재정 상황을 봐 가면서 시점이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불소도포·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 건보 적용 등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는 코로나19로 인한 건보 재정 악화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건보 공단에 따르면 올 1~4월 재정 당기수지는 1조 7017억 원 적자로 지난 해 같은 기간(8168억 원 적자)에 비해 적자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2개월 동네 병·의원에 신속항원 검사 비용으로 1조 1000억 원, 코로나19 환자 재택 치료 비용으로 9000억 원을 재정에서 지급한 결과다.
앞으로 보장성 강화가 속도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필수 의료 강화와 의료비 부담 완화를 통한 ‘신뢰받는 건보 제도 구축’이라는 이른 바 ‘윤석열 케어’의 정책 방향이 아직 명확하게 가시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보 재정 관리 강화를 함께 얘기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보장성 강화로 대표되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62.7%이던 건보 보장률을 임기 내 7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보장률은 2020년 기준 65.3%로 진전이 됐지만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