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알뜰폰으로 국내에 돌아온 모토로라의 '엣지 20 라이트 5G'를 사용해봤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10%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39만 9000원의 엣지 20 라이트 5G와 34만 9000원의 모토 G50 5G 등 2종으로 가성비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엣지 20 라이트 5G는 지난달 20일 LG헬로비전(037560)의 알뜰폰(MVNO) 브랜드 ‘헬로모바일’을 통해 국내 단독 출시됐다. 대만 미디어텍의 MT6853 디멘시티 72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8GB 메모리, 128GB 저장소를 탑재했다. 6.5인치 OLED 디스플레이, 1억 800만 화소 카메라와 5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다. 90Hz 화면 주사율을 지원해 화면 스크롤은 매끄러운 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폰 하단에 있는 뒤로가기·홈·최근 앱으로 이뤄진 내비게이션 바가 없는 점은 불편했다.
6.5인치 대화면이 시원한 느낌을 줬고 동글동글한 아이콘들도 눈에 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로 한 번 밀면 설치된 앱 전체를 한번에 볼 수 있는 구조도 독특했다. 대부분 스마트폰 모델에서 ‘가로 4개 X 세로 6개’ 식으로 앱이 배치됐고 화면을 하나씩 오른쪽으로 넘기는 것과 비교됐다.
먼 거리 사진을 찍을 때는 1억 8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로 풍부한 색감을 보여줬다. 다만 촬영 시 손떨림을 잡아주는 광학식손떨림방지(OIS)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다. 5배 이상 줌을 해 찍으니 화면이 흔들렸다.
근거리 촬영 때는 ‘접사로 전환’이라는 문구가 화면 아래쪽에 친절하게 뜬다. 접사로 전환 시 흔들리는 초점을 막아줘 사진에서 뭉개지는 부분이 사라졌다.
유심(USIM)을 2개 꽂아 쓸 수 있는 '듀얼심' 지원은 국내 출시 모토로라 폰만의 장점이다. 스마트폰 하나에서 2개의 번호, 2개의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업무폰과 일상폰을 따로 쓰는 직장인이나 통신비를 아끼려는 학생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는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구성품에 포함했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3.5mm 이어폰 단자를 제거한 것과 달리 엣지 20 라이트 5G에는 남아있다. 아이폰과 갤럭시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선이어폰을 사용하거나 3.5mm 이어폰 젠더가 필요하다. 이어폰 단자는 내부 공간도 차지할텐데 가성비를 위해 모토로라를 쓰는 사람을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3월 “모토로라는 300달러(약 36만원) 미만 제품인 ‘모토G 스타일러스’ ‘모토G 파워’ ‘모토G 퓨어’ 등이 미국 시장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한 구형 모토로라 모델 2종만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도 견고하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불신도 높은 편이다. 삼성·애플·샤오미 등이 가성비폰을 속속 내놓고 있다. 모토로라가 한국 내 점유율을 높이려면 중저가와 알뜰폰 조화 외에 또 다른 특장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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