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식품 등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소비자들이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정확히 표시해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감소 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제도 시행 시점이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정부의 대외 홍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에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식품에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7월 이를 변경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11월에는 식품 표시 광고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 했다.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뜻한다. 반면 소비기한은 제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소비자 중심의 기한을 의미한다.
유통기한은 그 기한이 경과해도 일정기간 섭취가 가능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은 폐기시점으로 인식한다. 이에 정부는 식품 폐기물 감소에 따른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제도를 변경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유럽, 미국, 일본, 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식량 낭비 감소,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 제공 등을 목적으로 소비기한 표시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유통기한은 식품의 품질이 변화되는 시점 대비 60~70% 앞선다. 반면 소비기한은 이전보다 80~90%까지 늘어나 업체 입장에서는 폐기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제도 변경에 앞서 업계에서는 벌써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소비기한이다. 현재 업체들은 품목별로 유통 환경을 고려해 소비 기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까지 시간이 촉박할 뿐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이를 유지하기 위한 콜드체인 확보, 재고 관리법 개선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울러 업체에서 보관이 잘못돼 이를 섭취한 고객이 식중독을 비롯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품질안전한계, 유통실정, 제품특성 등을 고려해 제품 별로 소비 기한을 테스트하고 있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며 "늘어난 소비 기한으로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먼저 입고된 상품들의 회전율이 저조해 오히려 재고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품안전의약처 관계자는 “준비된 업체는 빨리 시행하고 준비가 늦어지는 업체는 점진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시행일 전 선적용 및 시행일 후에는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영업자와 소비자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과 홍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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