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전년 대비 4계단 떨어진 27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까지 ‘경제 성적’을 치적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외부 기관의 평가는 혹독했다. 경제 성과 분야와 정부 효율성 분야가 모두 지난해보다 저조한 점수를 받으면서 국가 경쟁력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IMD는 전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매년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를 20개 부문 334개 세부 항목으로 나눠 경쟁력을 평가해 공개하고 있으며 계량지표에는 전년도인 2021년 수치가 반영된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마지막 성적표인 셈이다. 7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IMD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경쟁력 연감’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경쟁력 보고서’와 함께 국가 경쟁력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로 통한다.
이번 성적표가 보여주는 결과는 낙제점에 가깝다. 도로·철도·보건환경 등을 따지는 인프라 분야에서 경쟁력 순위가 1계단 오른 16위를 기록해 그나마 체면치레했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모두 경쟁력 순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체 순위도 전체 국가 중 27위에 그쳤고 인구 2000만 명 이상 국가 중에서도 지난해보다 1계단 떨어진 9위에 머물렀다.
분야별로 보면 우선 경제 성과가 지난해 18위에서 22위로 내려앉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을 따지는 국내 경제 항목이 5위에서 12위로 떨어졌고 국제 투자도 34위에서 37위로 하락했다. 물가 경쟁력은 51위에서 49위로 순위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정부 효율성 분야가 모조리 낙제점을 받은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나라 살림의 지속 가능성 등을 따지는 재정 항목은 지난해 26위에서 32위로 급락했고 조세 정책 경쟁력도 25위에서 26위로 낮아졌다. 우리나라 조세 정책 경쟁력은 2017년 15위에서 지난해 26위로 매년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를 나 홀로 인상하고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세수 예측 오류가 나는 등 잇따른 정책 실패가 저득점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GDP 대비 자본 및 재산세 총합 순위는 지난해 57위에서 올해 60위로 낮아져 전 세계 꼴찌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 효율성 분야에서는 생산성(31→36위)과 노동시장(37→42위), 경영 활동(30→38위) 등이 모두 지난해보다 낮은 점수를 얻었다. 생산성 항목에서는 대기업의 국제 기준 대비 효율성이 지난해 22위에서 35위로 13계단이나 하락했고 두뇌 유출 역시 24위에서 33위로 낮아졌다. 경영 활동 분야에서는 기업가정신 공유 항목 순위가 35위에서 50위로 급락했다.
조성중 기재부 거시정책과장은 “앞으로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 개혁과 민간 활력 제고 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노력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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