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했지만 국내 소주 1위 하이트진로는 여전히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강성 노조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외에 운임 인상 등을 요구하며 계속해서 공장 진입로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화물 운송 위탁사 수양물류 화물차주 100여 명은 이날 오전에도 이천과 청주공장에서 파업을 지속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전날 총파업 돌입 7일 만에 파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으나 이와 상관 없이 공장 출입로를 막고 출고를 방해했다. 이천공장의 경우 공장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화물차 3대가 막고 있어 진입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들은 기름 값 급등에 따른 운임 30% 인상과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정부와 화물연대 간 협상은 타결됐지만 위탁사와 화물차주 간 개별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출고량 100%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출고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현재 시위대를 상대로 업무방해, 건물 침입,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총 네 차례에 거쳐 고소 조치를 취한 상태다. 아울러 관할 지자체인 이천시 측에 불법 정차 단속 요청서를 넣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파업 여파로 하이트진로 공장의 출하량은 평소 대비 30%대까지 떨어졌다. 대체 차량 투입 등에 따라 전날 기준 출하량은 68%까지 회복됐지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소주·맥주 물량을 구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오비맥주의 경우 화물차주들이 파업을 종료한 상태이나 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들은 참이슬·진로 등 소주와 카스 등 맥주에 대한 발주를 제한하거나 정지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주들이 재파업에 대한 불안감에 평소보다 물량을 더 확보하려고 한다”며 “이달 말까지 공급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주류 업체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파업 여파로 성수기 초입에 물류 차질이 빚어지면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 2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효과로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개선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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