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복합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에 의존하는 ‘소득 주도 성장’에서 탈피해 기업과 민간의 역동성에 기반한 민간 주도 성장, 이른바 ‘민주성’의 기치를 내걸었다. 서경 펠로(자문단)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민간 주도 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이 절대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경제 전문가들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더해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장기화하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규제 혁신 없는 민간 주도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규제 루프홀(loophole)’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군림하고 있는 상법·공정거래법은 수정과 보완이 시급하다.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옥죄는 3%룰과 다중대표소송은 해외 경쟁국 수준으로 풀어야 하고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규정도 완화해 지주회사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배터리 기업은 물론 미래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규정에 묶여 국내 투자 대신 해외 투자로 돌아섰다.
이념의 덫에 걸린 노동과 고용 규제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다. ‘긱이코노미’를 비롯해 다양한 탄력적 근로 환경이 절실한데도 경직된 근로 제도는 낫과 망치 시대에 머물러 있다. 신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원격의료·자율주행·로봇·드론 등은 뭉텅이 규제로 헛돌고 있다.
우리의 산업 역동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한국의 산업 역동성은 비교 대상 33개국 중 30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정부는 규제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포퓰리즘 규제 정책이 양산되지 않도록 제어하고 현재 9.8%에 불과한 규제 개혁 건의 수용률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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