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공포와 금리 급등, 경기 침체 우려 등에도 기업 매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잃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와 일진머티리얼즈(020150)·버거킹에 우량 폐기물 업체인 EMK 등 10여 개 기업의 매각에 재계와 투자 업계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올해 초만 해도 높은 몸값이 거론됐던 매각 예정 기업의 가격이 최근 금리 급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전망 등에 짓눌려 딜(deal) 체결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펄마캐피탈은 매드포갈릭 투자금 회수를 위해 올 하반기 중 재매각에 돌입한다. 매각 대상은 매드포갈릭 운영사 엠에프지코리아 지분 71.4%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와 관련 기업 등과의 접촉도 벌써 진행 중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유동성은 줄었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투자한 기업들의 경영권은 꾸준히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버거킹이 매물로 나와 BHC그룹 등이 인수를 검토 중이며 국내 최다 햄버거 가맹점을 보유한 맘스터치도 최대주주인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역시 가격이 각각 3조 원과 2조 원으로 점쳐지는 롯데카드와 모던하우스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JP모건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KT(030200)·우리금융 등 잠재 인수 후보를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며 인테리어·생활용품 업계 강자인 모던하우스도 MBK 측이 인수 6년 차를 맞아 최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낙점해 원매자 물색이 한창이다. MBK가 2013년 인수해 올해 투자 10년 차인 네파는 인수 측과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 팔 태세이고 2015년 사들인 홈플러스 역시 점포들을 매각하면서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재무구조를 개선해 인수 기업을 확보할 계획이다.
IMM인베스트먼트는 보유한 폐기물 소각 업체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의 매각에 몰두하고 있으며 IMM PE도 투자한 지 오래된 현대LNG해운과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등을 적절한 인수 후보만 나서면 팔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마 업체 바디프랜드 매각 완료를 앞둔 VIG파트너스는 국내 상조 업계 1위인 프리드라이프의 하반기 매각 입찰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대주주나 기업이 전격적으로 매각을 추진 중인 곳도 적지 않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는 다음 달 초 예비입찰 등을 거쳐 하반기 새 주인을 찾겠다는 계획이고 지난해부터 매각이 추진된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로 넘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 측은 그러면서 빠른 상장이 쉽지 않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KG그룹도 KFC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 기업들이 새 주인의 품에 빠르게 안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수개월 만에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인수 측과 매각 측 간의 가격을 둘러싼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했지만 투자금을 조성한 대형 사모펀드나 기업들의 M&A 수요는 여전하다”면서도 “매각 측이 지난해나 올해 초 형성된 기업가치를 고집하는 경우가 적잖아 인수 측이 고평가된 가격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해 매각이 추진됐던 한온시스템(018880)이나 바이오디젤 기업인 대경오앤티 등은 매각 작업이 올해를 넘겨 내년에나 재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