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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물가, 2008년보다 심각…연간 4.7% 넘을 수도”

환율 상승·수요 압력 2008년보다 강해

1998년 7.5% 이후 최고치 기록하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5.4%로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성형주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지 한 달 만에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 흐름이 심화하면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가 2008년(4.7%)을 넘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2008년 상반기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나 최근 물가 여건에 비춰 볼 때 하반기 이후에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었던 2008년(4.7%), 2011년(4.0%)과 상황을 비교한 결과 현 상황이 2011년보다 2008년 급등기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 2008년 3분기(5.5%)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속 기간도 2008년 수준(19개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국제 원자재 가격은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금속, 곡물, 비교 등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확대돼 2008년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 식량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유동성 역시 2008년 물가 급등기와 유사하게 늘어나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다. 환율은 과거 물가 급등기와 달리 최근 상승기에는 초반부터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2008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정책금리 인하에도 글로벌 금융 불안 심화로 환율이 올랐으나 최근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 달러화 강세로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입물가 경로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비 개선으로 수요 측 압력이 높아지면서 근원물가 상승세가 외식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급등기와 비교하여 최근의 물가 여건을 살펴보면 원유·곡물 등 원자재가격의 높은 오름세, 환율 상승세, 민간소비 증가세 등이 상당기간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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