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투자 규제가 줄은 만큼 창의적인 거래 설계가 자문의 핵심입니다”
1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만난 안중성 변호사(42기)는 인수합병과 투자를 맡는 자본시장PE그룹에서 사모펀드팀을 이끄는 핵심 주축이다. 팀의 수장을 맡은 지 올해로 3년 차. 안 변호사는 10명으로 구성된 자본시장PE그룹 내 사모펀드 투자를 전담하면서 거래 조건과 실사 등의 법적 검토를 총괄한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자본시장PE그룹 내에는 변화의 바람이 셌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운용 제한 규제가 사라지면서 다양한 소수 지분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 동시에 법적 틀 안에서 기존에 없던 거래 구조를 고안하는 자문에 대한 중요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평은 변화에 맞춰 올해 구조화금융 전문 변호사를 영입할 계획이다.
안 변호사는 "규제 일원화로 경영참여형 PEF에 대한 법적 규제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거래 구조와 기관전용사모펀드 범위를 놓고 법률 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정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기존 사모펀드는 운영목적을 기준으로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헤지펀드)으로 분류되면서 별도의 운용규제를 적용했다. 개정 이후 투자자 유형에 따라 기관전용 사모펀드와 이외 모든 투자자를 묶는 일반 사모펀드 체계로 개편되면서 기존 경영참여형 PEF에 적용되어온 규제는 완화됐다.
가장 큰 변화는 '10%룰' 폐지다. 기존 경영참여형 PEF는 10% 이상 지분 보유 의무에 맞춰 투자 이후 6개월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해야 했다. 이에 따라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을 발굴해 다양한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그로스캐피탈(Growth Capital) 투자에도 제약이 많았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PEF 운용사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펼 수 있게 됐다. 사모대출펀드(PDF·Private Debt Fund)를 활용해 다양한 대출성 투자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경영권 인수 이후 기업 가치를 성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바이아웃 외에도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메자닌 투자가 가능하다.
관련기사
이 같은 수단을 활용해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필두로 VIG파트너스와 글렌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다수의 운용사가 소수 지분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안 변호사는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과 달리 메자닌 투자는 경영권 없이 단기간 회수를 기대하는 투자 전략이기 때문에 거래 구조가 더욱 정밀해야 한다"며 "투자금 회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도 법률 자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맞춘 거래 구조 설계가 빛을 발한 딜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가 디티알오토모티브의 두산공작기계 인수에 참여한 지분투자 거래다.
지난해 디티알오토모티브는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2조 4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PE는 22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기존 법에서는 소수 지분 투자에 해당하는 이번 거래는 불가능했다. 안 변호사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PEF의 소수 지분이면서 대출 성격의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그는 신설 SPC에 일종의 대출인 영구채 방식으로 투입한 뒤 콜옵션(일정 조건으로 지분을 인수할 권리)을 얻는 '콜옵션부 사모사채' 구조를 고안했다. 한투PE는 앞으로 두산공작기계의 대출한 자금을 소수 지분으로 바꿀 수 있다.
그 밖에 지난 5월에는 밀키트 전문기업 마이셰프 2대 주주인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와 에임인베스트먼트 측을 대리해 대한항공 C&D(Catering & Duty-Free)에 매각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올해 PEF가 다양한 소수 지분 투자에 뛰어들면서 지평 자본시장PE그룹의 자문 역량은 한 층 더 빛을 발할 전망이다. 안 변호사는 "기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법적 규제로 가로막혔던 투자가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일부 자유로워졌다"며 "거래 구조 설계에 따라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 법률 자문 역할 역시 중요해질 전망"이라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