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확보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내년까지 가파른 금리 인상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돈맥경화’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점 역시 자금조달 차질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1월 1일~6월 23일) 코스피 및 코스닥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건수는 1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5건)보다 28건 증가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이 기간 해당 건수가 88건에서 112건으로 큰 폭 늘어났는데 증자 규모 역시 1조 5220억 원에서 2조 2415억 원 수준으로 50%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최근 들어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 1~4월에 기업들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단행한 유상증자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5~6월의 경우, 해당 건수가 92건으로 전년 동기(49건)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두 달간의 건수가 34건에서 69건으로 증가하는 등 유상증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더해지자, 기업들이 서둘러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오를수록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도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자금을 당겨 확보해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경기 둔화 우려 역시 커졌다. 경기 침체 영향이 산업 전반적으로 확산되며 기업 이익이 감소할 경우, 중소형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확보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실제로 일어나면 한국 수출이 둔화되고 이에 따른 기업실적 하향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금리 급등으로 초우량 기업들을 제외하면 회사채 발행 등이 어려워진 점 역시 자금조달에 대한 위기감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 AA급 이상 초우량 기업이 아니면 흥행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달 신용등급이 A급인 하나F&I는 회사채 수요예측 일정을 취소하고 발행을 연기했다. 그간 수요가 몰렸던 NS쇼핑 등 A급 유통·홈쇼핑 기업들 역시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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