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10년 이상 장기 채권의 가격을 역으로 쫓는 ‘채권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며 대부분 투자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채권인버스 ETF에서는 올 들어서만 4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상품도 나왔다.
2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 등에 따르면 올 들어 23일까지 ‘KBSTAR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 ETF의 수익률은 40.86%에 이른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64개의 채권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해당 상품은 미국 장기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2배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미국채 30년 장기물을 역으로 추종하는 ‘KODEX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인버스’도 같은 기간 30.87%의 수익을 냈다.
국내 채권시장도 비슷했다. 만기(듀레이션)가 가장 긴 10년 국채선물 인버스 상품인 ‘KBSTAR국채선물10년인버스’ 등이 연초 이후 12%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이사는 “미국 국채 10년물이 3.48%까지 상승하며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금리 변동에 민감한 장기채 인버스 ETF가 높은 수익을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의 자금 흐름은 채권의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발행 채권의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한편 신규 발행되는 채권의 이자율은 높은 수준으로 올라 채권 ETF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금 이사는 “금리가 단기간에 빠르게 상승한 만큼 시중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시중금리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에 긴 호흡을 가지고 (채권 상품에) 투자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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