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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계좌서 27개 범죄…'문어발 신종금융사기' 판친다

■ MZ·주부 노린 신종사기 활개

'로맨스 스캠·대리 베팅 사기' 등

계좌까지 도용되며 피해 확산

포인트 이용해 구제도 불가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신종 금융 사기가 코로나19 이후 활개치고 있다. 수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대상도 보이스피싱처럼 금융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아닌 MZ세대와 고학력 주부 등이다. 특히 취업 준비 등으로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회 초년생들을 온라인 채팅으로 유혹하는 ‘로맨스 스캠’은 당사자의 금전 피해뿐 아니라 계좌 도용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로도 확산되고 있다.





28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5월 채팅앱 사기를 당한 김 모 씨가 7000만 원을 입금한 A계좌가 김 씨 사건뿐 아니라 총 27개의 사기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인천 서부경찰서는 해당 금융 사기 범행을 병합해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채팅앱에서 만난 사기 조직원과 친밀도가 높아진 김 씨가 그의 말을 믿고 사이트에 가입해 포인트를 받으며 시작됐다. “해외에서 입국해 자가 격리 중인데 모 사이트에 충전해둔 포인트가 다음 날이면 소멸해 큰 금액을 잃게 된다”는 말에 포인트를 받은 후 환전을 요구하자 해당 사이트는 등업, 환전 아이템 구매, 보증금 등 각종 진행 비용을 요구했다. 이미 사기 조직원에게 로맨스 스캠을 당한 김 씨는 A계좌에 총 7000만 원을 입금했고 해당 남성과 사이트는 사라졌다.

문제는 A계좌에 돈을 보낸 사람이 김 씨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SNS를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접근하는 ‘대리 베팅 사기’ 등 다른 신종 금융 사기도 같은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사기 유형이나 시기·사이트는 전부 달랐지만 실상 한 계좌로 여러 건의 사기가 자행된 것이다.



신종 금융 사기가 한 계좌에서 ‘문어발’ 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피해 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포인트 등을 이용한 신종 금융 사기는 계좌 지급정지 조치를 의무로 규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전기통신금융사기 조건에 맞는 사안만 보이스피싱으로 인정하고 관리하며 채팅 환전 사기 등은 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경찰 등은 보이스피싱과 신종 금융 사기 등에 따른 피해가 은행의 계좌 지급정지 건수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5대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계좌 지급정지 현황’에 따르면 사기에 이용돼 지급이 정지된 계좌는 지난해 말 2만 7967개에서 올해는 5월까지만 1만 2739개이며 연말까지 3만 개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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