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복합 위기 파고가 높아지자 대기업들도 빠르게 투자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기업 과반수는 일러야 내년쯤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3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8.0%는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응답(16.0%)보다 12.0%포인트 더 많았다. 이 조사는 전경련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하반기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43.3%)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0%) △글로벌 경기침체(9.0%) 등을 꼽았다.
전경련은 대외환경이 불투명해 대기업들이 전반적으로는 투자 축소 전망을 우세하게 봤다고 분석했다. 미래 산업에 대한 경쟁우위 확보, 새 정부의 민간활력 제고 기대감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려는 대기업은 일부라는 진단이었다.
대기업들은 올 하반기 투자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대 위험요소로 고물가 지속(30.4%),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자산·실물경기 위축(22.0%),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훼손 심화(20.3%) 등을 꼽았다. 전경련은 최근 국내공급물가(국내에 공급되는 상품·서비스의 물가를 측정한 지수)와 소비자물가가 동반 급등함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비용·임금상승 압력에 직면해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활동 활성화 예상 시점으로는 응답 기업의 58.0%가 내년을 꼽았다. 세부적으로 32.0%가 내년 상반기, 26.0%가 하반기에 각각 투자활동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7.0%는 아예 2024년 이후라고 답했고 10.0%는 기약이 없다고 반응했다. 응답 기업의 75.0%가 투자 활동 활성화 시점을 내년 이후로 예상했다. 투자활동이 이미 활성화됐다는 답변은 12.0%, 올해 하반기에 활성화된다는 응답은 13.0%에 그쳤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3대 정책과제로 △국제원자재 수급·환율안정 지원(27.3%) △금리인상 속도 조절(17.7%) △법인세 감세, 연구·개발(R&D) 공제 등 세제지원 강화(16.3%) 등을 지목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 등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법인세 제도 개선, 규제 혁파, 주요국과의 원자재 수급 협력체계 강화 노력 등으로 하반기에는 기업의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