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던 게임업체 베스파(299910)가 직원 대다수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베스파는 지난해 전 사원 연봉을 1200만 원 일괄 인상하며 IT업계 ‘임금 인상 릴레이’에 동참한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최근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연봉 인상에 나섰던 IT 기업들이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날 베스파는 직원들에게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베스파의 임직원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48명으로, 권고사직 대상은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몇 달 간 월급이 밀리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출시한 타임디펜던스가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마지막 반전카드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베스파는 2017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로 유명세를 탄 회사다. 킹스레이드가 한국과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며 일약 1000억 원 대 매출을 거두는 중견 게임사로 성장했다. 베스파는 2018년에는 매출 1245억 원, 영업이익 282억 원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코스닥 시장 입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실적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에는 매출 1006억 원, 영업손실 87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후 매년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 폭은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었다. 지난해 매출은 45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은 441억 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베스파는 지난 2월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거절 의견을 받으며 거래가 정지됐다. 누적된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진 탓이다. 베스파는 이후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경기 침체 등과 맞물려 시장에서 외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품 하나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지만 후속작이 늦어지는 사이 기존 캐시카우의 인기가 줄어드는 ‘원히트원더’ 게임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베스파는 신작 출시에 사운을 걸고 지난해 3월 전 사원 연봉을 1200만 원씩 일괄 인상했다. 당시 적자 기업이 대형 게임사 이상 가는 임금 상승에 나서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곧 이어 출시한 ‘타임디펜더스’가 예상 밖의 낮은 성적을 거두며 연봉 인상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베스파의 사례는 올해 큰 폭의 인건비 인상을 맞이할 IT기업과 스타트업들에게 경고등이 될 전망이다. 베스파와 함께 연봉 인상 대열에 참여했던 소셜카지노 스타트업 '베이글코드'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92억 원으로 전년 51억 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연봉 인상 시발점인 넥슨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넷마블은 1분기 영업손실 119억 원으로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넷마블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은 대작을 만드는 데 장시간이 걸리고, 실패할 경우 청산할 자산조차 남지 않는다"며 "대형사들은 버틸 체력이 있지만 지난해 연봉을 올린 많은 스타트업들은 베스파와 비슷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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