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21.7% 하락하며 역대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코스피가 1일 장중 2300선을 내주며 하반기를 시작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반도체 수요 둔화 전망으로 이어지며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 주가 역시 23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증시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이 시장을 짓누르자 금융 당국은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하는 등 비상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인플레이션, 전쟁, 금리 상승 등 복합 위기가 계속되자 글로벌 증시가 지난해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본지 6월 24일자 1면 참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27.22포인트(1.17%) 내린 2305.42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소폭 오른 2342.92로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의 ‘팔자’가 강해지며 하락 전환했다. 장중에는 2291.49까지 추락하며 연저점을 새로 썼다. 코스피가 2300선을 내준 것은 2020년 10월 29일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투톱’에 집중되면서 코스피를 끌어내렸다.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에서 3433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고 이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세만 3183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매도 금액의 93%에 해당한다. 미국 마이크론이 반도체 수요 부진 심화로 실적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 외국인의 반도체 매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가 331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방어에 실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또 작성했다.
글로벌 증시 전망도 어둡다. 올해 미국 증시는 최악의 상반기로 마감해 나스닥이 29% 이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0% 이상 각각 하락했다. 상반기 기준 5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한편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증시 마감 후 증권 유관 기관과 금융시장 합동 점검회의를 열어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비상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가파른 주가 하락에 개인들의 반대매매가 급증하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국은 4일부터 9월 30일까지 증권사 신용융자시 140% 이상 유지하도록 한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한다. 증권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신용융자 담보비율을 결정할 수 있게 돼 개인들이 ‘강제 청산’을 당할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이달 7일부터 10월 6일까지 상장사의 1일 자사주 매수 주문 수량 한도 제한이 완화되고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합동으로 공매도 특별 점검을 실시해 공매도 현황과 시장 교란 가능성 등을 조사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