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증시가 크게 휘청이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상장사들의 목표 주가를 낮춰 잡는 보고서를 줄줄이 발표하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주에 대한 이익 기대감이 낮아지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목표가를 낮추는 리포트만 한 달 사이 20건이 쏟아졌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월 동안 목표 주가를 내리겠다는 증권사들의 의견은 총 134건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하향 조정 리포트 수의 비율은 76.14%에 이른다. 목표 주가는 기업의 실적 추정치에 기반해 6~12개월 뒤 해당 기업이 도달할 수 있는 주가 수준을 뜻한다.
원자재 등 비용 상승을 불러온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로 앞으로 기업들이 거둘 실적이 기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증시가 지난달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6월 각각 -13.15%, -16.56% 하락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증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목표 주가 하향 전망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증시 부진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달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낮춰 잡은 보고서는 총 13건에 달해 코스피·코스닥 전 종목 중 가장 많았다. DB금융투자(016610)(10만 원→8만 7000원), 현대차증권(001500)(9만 1000원→8만 2500원), 유진투자증권(001200)(8만 8000원→7만 9000원), 다올투자증권(030210)(8만 8000원→7만 7000원), NH투자증권(005940)(8만 7000원→7만 8000원) 등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5.43% 빠졌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매크로 우려와 인텔의 DDR5 지원용 서버 CPU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지연으로 3분기와 4분기 D램 고정 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3.9%, 0.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58조 7000억 원으로 기존 대비 7.3% 하향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목표가 하향 리포트 수 7건으로 상위 3위를 차지했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9조 6890억 원과 15조 2820억 원에서 59조 4030억 원과 14조 398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부품 공급망 차질로 하반기 메모리 수급 개선 지연이 예상돼 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를 하향한다”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현재 견조한 서버와 아이폰 수요만으로는 하반기 스마트폰·PC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 어렵다. 3~4분기 D램·낸드플래시 평균판매단가(ASP) 약세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하이브(352820)는 그룹 BTS의 단체 활동 잠정 중단 선언에 직격탄을 맞아 하향 조정 리포트 수 상위 2위를 차지했다. BTS가 지난달 14일 오후 이른바 ‘회식 영상’을 통해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 주가를 낮춰 잡았다. 목표가 하향 보고서는 8개가 발간됐다. 이남수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2분기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BTS 활동 공백에 따라 하반기 실적 추정치를 하향했다”면서 “BTS 멤버 개인 활동으로 일부 카테고리의 방어 내지 성장이 발생할 수 있으나 완전체의 파괴력을 커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034220)·네이버(NAVER(035420))·엔씨소프트(036570) 등의 목표가 하향 리포트도 각각 5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달 비에이치(090460)에 대한 목표가 상향 보고서는 3개가 나왔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흔들리는 전방 수요와는 별개로 비에이치의 올해 실적은 상당한 성장이 예고된다”며 “폴더블, BMS 케이블(Cable), 5G 케이블 등 중장기 성장 재료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에쓰오일(S-Oil·2개)과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2개)·에코프로비엠(247540)(2개)·오리온(271560)(2개) 등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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