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의 성지라 불리는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전세계 크립토 인재들이 모여 들었다. 11주간 동고동락하며 이더리움 레이어2 플랫폼 ‘스타크넷’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 한국 등지에서 온 청년들은 나이·성별을 불문하고 스타크넷에 대한 열정으로 한 데 뭉쳤다.
스타크넷하우스, 스타크웨어·토폴로지·도어랩스 등이 후원
지난 달 20일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스타크넷하우스에서 비랏 탈와르(Virat Talwar), 남라 파텔(Namra Patel), 이란 슈(Yiran Shu), 한기욱 씨를 만났다.
스타크넷은 스타크웨어가 개발한 이더리움 레이어2 플랫폼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이 적고, 거래 수수료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다. 레이어2 솔루션은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 레이어1에 새로운 블록체인 레이어2를 추가해 레이어2에서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스타크넷은 전송된 트랜잭션이 유효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영지식증명 기반 ZK롤업 기술을 사용한다. 스타크웨어가 새로 만든 개발 언어 카이로(Cairo)를 기반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작성해 스타크넷에 배포할 수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스타크웨어는 지난 5월 1억 달러 규모(약 1314억 9000만 원)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80억 달러(약 10조 5192억 원)로 평가받았다.
스타크넷하우스는 스타크웨어를 중심으로 토폴로지, 도어랩스 등 기업이 후원하는 11주간 교육 프로그램이다. 김건호 토폴로지 대표는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새로운 기술에 대한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있는 지원자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윌리엄스버그에 임차한 주거공간 스타크넷하우스에 직접 머물 수도 있고, 원격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는 스타크넷…"레이어2 솔루션 중 최고로 자리매김 할 것"
하버드 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있는 비랏 탈와르는 “크립토 시장에서 확장성 문제는 오랜 기간 주요한 이슈였다”면서 “새로운 개발 언어인 카이로를 배울 수 있고, 여기에 관심 있는 사람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남라 파텔은 “스타크넷은 완전히 초기 단계라 기본적인 세팅부터 해야 할 게 많은데,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 스타크넷하우스에 합류한 계기를 설명했다. 파텔은 캐나다 웨스턴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고, 이더리움 재단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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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디자이너로 소개한 이란 슈는 “기존에 기술을 공부해본 적 없지만 디자인이나 아트를 설계하기 위해선 전에 없던 핵심 기술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면서 이곳에 온 배경을 전했다. 그녀는 최근 중국 개발자를 위해 스타크넷 101개 튜토리얼을 중국어로 옮기는 작업도 하고 있다.
한기욱 씨는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뉴욕행을 택했다. 그는 “스타크넷이 레이어2 솔루션 가운데 가장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 리더이기 때문에 미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파텔은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이 기술이 최고인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때로는 그것이 처음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은 생태계가 커져야 성공할 수 있다. 플랫폼 위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많아지고 사용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생태계를 구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타크넷은 생태계를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어 향후 최대 레이어2 솔루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타넷하우스도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새로운 개발언어 ‘카이로’…선구자 될 수 있어
이들은 모두 새로운 개발언어 카이로를 배우고 있다. 아직 널리 사용되지 않는 언어인 만큼 리스크가 크다. 확산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확산된다는 보장도 없다. 개발된 지 얼마 안 돼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그럼에도 이들은 카이로는 배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탈와르는 “다른 사람이 배우기 전에 먼저 배우는 게 유용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슈도 “다른 개발언어는 잘 모르지만 카이로를 배우면 선구자가 될 기회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기욱 씨는 “스타크넷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배포하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개발자 입장에서 카이로가 배우기 쉬운 언어이냐고 묻자 이들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파텔은 “카이로는 완전 초기 단계 언어(Super early language)”라면서 “정말 더럽다(dirty)”고 표현했다. 다만 그는 언젠가는 깔끔해 질 것이라 덧붙였다. 기욱 씨는 “청소부를 고용하면 청소부가 방 청소를 다 해주지만 먼지가 한 톨도 없다고 보장하긴 힘든데, 이게 바로 하이 레벨 랭귀지”라면서 “반면 로우 레벨 랭귀지인 카이로는 내가 직접 방 청소를 다 해야 해서 고되긴 하지만 마음에 들게끔 청소를 완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개발 언어와 대조했을 때 카이로를 활용하면 직접 A부터 Z까지 설정해야 하는 작업이 불편하지만 그만큼 원하는 대로 결과물이 나온다는 의미다.
"웹3.0 산업 발전하려면 적절한 교육 필요"
탈와르는 웹3.0이 발전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처음 인터넷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인터넷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몰랐다”면서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블록체인과 웹3.0 등 기술을 배울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장 참여자가 증가해야 블록체인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고, 서비스가 많아지면 참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파텔도 “학교, 유튜브 등 보편적 장소(Common place)에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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