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CAC) 공동 센터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해 남궁훈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재편했다. 지난 3월 말 단독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약 3개월 반 만이다. 카카오는 ESG 경영 강화 차원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떠오른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이슈 등을 의식해 보다 긴 호흡의 성장 플랜을 세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14일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라는 두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 2012년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카카오에 합류해 커머스 부문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인물이다. 카카오페이지와 공동 주문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를 런칭했으며 2018년부터 3년간 카카오커머스 대표이사를 맡아 카카오커머스의 거래액을 4배 이상 끌어올렸다. 올해 초부터는 CAC 공동 센터장과 카카오 사내이사를 맡아 카카오 공동체의 ESG 경영을 총괄해왔다. 각자 대표 체제 하에 홍 각자 대표는 CAC에서 맡아 온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장 전략을 총괄하며, 남궁 각자 대표는 기존과 동일하게 카카오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총괄하며 글로벌 확장을 주도한다.
홍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는 만큼 향후 카카오의 ESG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4월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총 3000억 원의 상생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 창작자, 플랫폼 종사자 등 카카오 파트너들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청사진을 공유해왔다. 최근부터 전통 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소신상인’ 프로젝트, 농수산물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제가버치’ 프로젝트 등 상생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ESG 강화를 표면에 내세웠지만 3개월 반 만에 각자 대표 체제로 복귀한 데는 그간 카카오를 따라다닌 ‘문어발식 경영’이란 꼬리표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은 지난해 말부터 카카오의 경영 기조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의 중심에 오른 업종을 중심으로 사업 전망이 어두워지자 카카오는 최근 모빌리티, 헤어샵 부문에서 사업 철수 의사를 내비치며 이슈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구성원,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경영 최일선에 카카오 공동체의 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CAC 공동 센터장을 내세운 이번 재편이 확장 일변도였던 그간의 사업 기조를 점검하고 보다 긴 호흡으로 공동체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카카오가 그간 만들어왔던 혁신과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며 “카카오가 이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비즈니스도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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