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류를 괴롭힌 바이러스들 중 전염력이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보다도 확산 속도가 세 배나 빠른 BA.2.75(켄타우로스)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BA.2.75 확진자가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 이미 BA.2.75 전파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재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BA.5에 이어 BA.2.75까지 국내에 퍼질 경우 확산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인천에 거주하는 60대 확진자 A 씨의 검체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BA.2.75를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증으로 현재 재택치료 중인 A 씨는 7월 8일 증상이 발현됐고 1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가능 기간 중 해외 여행력은 없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동거인은 1명, 지역사회 접촉자는 3명이다. 당국은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BA.2.75는 현재까지 파악된 코로나19 하위 변이들 중 전파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전 하위 변이들보다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많아 바이러스가 더 효과적으로 세포와 결합하는 것이 면역 회피 특성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 수는 BA.2의 경우 28개인데 BA.2.75는 이보다 8개 더 많은 36개라고 방대본은 설명했다. 올 5월 인도에서 최초 확인된 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점유율이 6월 20일 7.9%에서 일주일 만인 27일 51.35%로 증가했을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영국 등 총 10개국에서 감염자가 확인됐다. 감염력과 면역 회피력이 이전 변이들과 매우 달라 그리스신화 속 반인반수인 켄타우로스라고도 불린다.
BA.5에 BA.2.75까지 함께 유행하면 당초 예상보다 유행세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날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현재의 유행 상황이 악화하면 8월 중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해외 사례를 볼 때 BA.2.75의 중증도는 심각하지 않지만 특성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BA.5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BA.5와 BA2.75가 경쟁을 하게 된 건데 BA.5에 걸렸던 사람은 당분간은 BA. 2.75에 재감염이 잘 안 될 것”이라며 “BA.2.75가 우세종이 된다면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아직 그것을 판단하기는 좀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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