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제도가 시행 20년을 맞이한 가운데 이용 고객 5명 중 1명은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로 인해 실제 불편을 겪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판매상품·비중·인 수 규제 등 ‘방카슈랑스 3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의 소비자 및 법?규제 측면의 이슈 및 평가’ 세미나를 열고 지난해 12월 소비자 800명 및 판매 직원 5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채널을 이용한 적이 있는 소비자의 62.5%는 방카슈랑스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전반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65.8%에 달했다. 향후 보험가입 시 판매채널로 은행 창구를 재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율은 59% 수준이었다.
판매비중, 판매상품, 판매인 수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목소리도 약 20%를 기록했다. 판매상품 규제란 종신보험 등 개인보장성상품이나 자동차보험은 취급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다. 또, 은행이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고 각 점포별로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인원도 2명으로 제한돼 있다.
이때 방카슈랑스 이용 고객 중 판매상품 규제, 판매비중 규제, 판매인 수 규제를 실제로 경험한 비율은 각각 18.8%, 17.5%, 17.5%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3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용자 비중도 각각 58.8%, 56.5%, 51.3%를 기록, 모두 과반을 넘겼다. 판매자의 10명 중 8명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지 못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날 설문 결과를 발표한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방카슈랑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 중 이처럼 인위적으로 판매행위에 관한 심각한 제한을 두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제도 시행 효과가 본래 도입 취지인 소비자 편익 증진 및 금융회사 경쟁력 제고 측면 모두에서 충분히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핵심 규제가 여전히 존치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어 “일각에서는 방카슈랑스 규제, 특히 ‘판매비중 규제’가 대형 보험사의 독점을 방지해 보험사 간 균형 발전을 독려한다고 주장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이 기존 대형 보험사 등과 차별되는 경쟁력 있는 신상품을 개발해 판매?특화하려 할 경우 이러한 경쟁 제한적 성격의 규제로 인해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오히려 놓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