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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줄었는데 원윳값 올라…시장 논리에 맞춰 책정해야"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 인터뷰

현 시장체제 생산자쪽 기울어

우유 자급률 20년새 절반 뚝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해야"

다음 달 1일 원유 가격 조정 기한을 앞두고 낙농가와 유가공협회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우유 대란이 벌어질 수 도 있다. /연합뉴스




“현행 원유(原乳) 가격 산정 체계는 생산자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우유 가격을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맞춰야 합니다”

다음 달 1일 원유 가격 조정 기한을 앞두고 유가공 업계와 낙농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을 20일 만났다. 한국유가공협회는 남양유업·매일유업·동원F&B 등 국내 유가공업체들로 구성된 사단 법인이다. 이 협회장은 이날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시장 논리’를 거듭 강조했다. ★2022년 6월 24일자 2면 참고

이 협회장은 현행 원유가격 산정체계가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협회장은 "저출산 등의 여파로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이 2001년 36.5㎏에서 2020년 31.8㎏으로 줄었음에도 원유 가격 산정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그사이 국내 유가공시장은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에 주권을 넘겨줬다"고 말했다. 국내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3%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45.7%로 낮아졌다.

정부는 8년 전인 2013년 '원유기본가격 생산비연동제'를 도입하고, 농가들이 생산하는 우유 생산비에 따라 원유 가격을 조정하도록 했다. 또한 정부는 우유 품질 유지 명목으로 농가의 원유기본가격을 보전해주고,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


그 결과 유가공업체들이 낙농가로부터 사오는 원유 가격은 2012년 834원에서 2020년 947원으로 13.5% 뛰었다. 우유 가격 협상 범위는 생산비 변동액의 ±10% 내에서 정해진다. 유가공업체들의 매입 가격이 오른 만큼 소비자 판매 가격도 비례해서 올랐다. 현재 한국의 우유 가격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비싸다. 글로벌 물가 비교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이달 한국의 1ℓ 흰 우유 평균 가격은 2600원으로 100여 개 국가 중 9위를 기록했다. 1190원인 미국, 1825원인 일본보다 두 배 비싼 수준이다.

시중 우유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로 손을 뻗었다. 유가공업체들 역시 치즈와 발효유 제조에 수입산 사용을 늘렸다. 이에 국내 원유 수입량은 2001년 65만 톤에서 지난해 251만 톤으로 293% 증가했다.

시장 상황이 이렇지만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1ℓ당 843원으로 고지됨에 따라 올해 원유 가격은 1ℓ당 최대 58원까지 오를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이에 유가공협회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마시는 우유 가격은 현행 제도에 따라 결정하되, 치즈를 만드는 가공유 가격은 800원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하지만 낙농가 측은 사룟값 폭등 대안 제시 등을 요구하며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 협회장은 "높은 원유 가격 탓에 유가공 업체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유가공 업체들이 무너지면 낙농가 기반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유 자급률을 지키기 위해선 가격 제도 개편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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