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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총수 지정…공정위, 8월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특수관계인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내년 김범석 쿠팡의장 지정 가능성

친인척 보유 주식현황 보고 등 의무

촌수 개념 없는 외국인 규제 논란

형사고발 때 법집행 실효성 의문

통상 마찰·외인 투자 위축 우려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도 대기업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다음 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이에 따라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의장도 내년 5월이면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현황을 보고해야 하는 등 각종 의무가 부과된다. 하지만 촌수 개념이 없는 외국인에게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규제를 적용하는 문제와 형사 고발 시 해외 당국의 협조 여부 등 규제 실효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해 ‘한국계 외국 국적 보유 자연인’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총수의 특수관계인이 되는 친족 범위를 기존의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현재 법령상 총수의 정의·요건이 불분명해 총수 지정 시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김 의장은 내년 5월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해외에 거주 중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법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총수는 사익 편취 등 각종 규제의 기준이 된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지정자료 제출 의무가 생겨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현황을 보고해야 하고 자료 허위·누락 제출이 발견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문제는 촌수 개념이 없는 외국인에게 특수관계인으로서 친인척 관련 자료 제출 등을 강제할 수 있느냐다. 또 외국인 총수가 자료 제출 의무를 위반해 형사 고발을 당했을 때 법 집행의 문제도 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가령 김 의장이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위반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과연 공정위가 형사 고발을 하고 미국으로부터 범죄인 인도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이런 복잡한 법률적 문제를 뚫고 어떻게 제도를 설계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외국인도 대기업의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앞으로 한국계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할 유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신생기업들의 돈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공정위의 총수 규제가 일종의 오너 리스크로 작용해 투자를 받기 힘들어지면 한국에서 ‘제2, 제3의 김범석’이 되고자 하는 한국계 외국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인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했을 때 미국과의 통상 마찰도 또 다른 우려 요인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조항에 따르면 미국인 투자자는 제3국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공정위가 에쓰오일의 총수를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아닌 에쓰오일 한국법인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미국인인 김 의장을 첫 외국인 총수로 지정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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