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집권을 위한 화려한 대관식만 남았다고 생각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세워 코로나19 팬데믹을 통제하던 후폭풍이 경제 불안과 민심 악화로 이어지며 시 주석을 향한 중국인들의 절대적인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인권’ 압박과 대만의 국제적 입지 확대 속에 ‘하나의 중국’ 구상은 불확실성이 커졌고 중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가워지고 있다. 심지어 2인자인 리커창 총리의 대망론과 시 주석의 건강 이상설까지 불거지는 등 ‘시(習)황제’의 등극을 앞두고 전에 없이 잡음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23일 쩡이신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이 기자회견에서 “현직 당과 국가 지도자들은 모두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접종한 것은 모두 국산 백신이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산 백신의 부작용 논란을 불식시키고 자국민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서는 인터넷으로 검색조차 되지 않는 시 주석의 백신 접종 관련 사실을 굳이 지금 시점에 당국이 언급한 것에 대해 “시 주석을 향해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그만큼 시 주석을 향한 민심이 곱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전에 볼 수 없던 시위나 반발이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사망한 이달 8일 오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서는 ‘네가 아니라 아쉽다’는 의미의 ‘可惜不是?’ 문구가 빠르게 확산됐다. 피해자가 시 주석이기를 바란 도발적인 문구는 순식간에 검색어에서 차단됐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크게 이슈가 됐다.
다만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불만 표출이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흔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관영 매체들이 벌써부터 시 주석에게 ‘영수’ 칭호를 붙이며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의 중국 최고 지도자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시 주석은 10월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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