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현대로템(064350)에 이어 한화(000880)그룹 방산 계열사 통합 추진까지 호재가 잇따르며 국내 방위산업체의 주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와의 무기 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방산 수요가 급증해 방산주들이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호재 선반영으로 단기 상승에 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전일 대비 2.66% 상승한 2만 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한 영향이다. 이날 현대로템은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7858억 1300만 원, 314억 3200만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10.6%, 99.4% 증가한 수치다. 2분기 현대로템의 당기순이익 역시 256억 600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무려 78.7% 급증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며 “철도 부문 수주 잔액의 매출 반영이 증가한 가운데 환율 상승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의 주가는 이달에만 20.4% 급등했다.
한화그룹 역시 방산 계열사 통합 추진 전망 호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화시스템(272210)은 각각 전일 대비 3.61%, 4.07% 상승 마감했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 부문 통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족한 연구개발(R&D) 투자 자금을 보강하는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방위산업에서 항공우주·화력·기동력 등을 모두 갖춘 방위산업체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이외에 한국항공우주(047810)(5.91%), LIG넥스원(079550)(3.99%), 빅텍(065450)(1.08%) 등도 폴란드 정부와의 무기 수출 계약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한국산 FA 50 경공격기 48대와 K2 흑표전차 180대, 곡사포 등의 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K2 전차는 현대로템이, FA 50 경공격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각각 생산한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외 방산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한국의 무기 수출 증가율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역시 방산주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전일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한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이전 5년(2012~2016년)과 비교해 176.8% 늘어났다. 이는 미국·러시아·중국 등 주요 무기 수출국과 비교했을 때 최고치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방산주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주가의 경우 호재가 선반영돼 단기 상승에 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다툼 등 글로벌 위기 속에서 장기적으로 방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폴란드 수주 기대감의 경우 이미 최근 주가에 어느 정도 선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IG넥스원 등은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누리호 발사 등을 계기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가 이벤트 이후 주가가 조정된 바 있다. 아울러 폴란드 수주 등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 연구원은 “폴란드 수주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며 “대량 공급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밸류체인 증설, 부족한 폴란드 국방 예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 지원 등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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