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추석 성수품으로 지정한 13개 품목 중 10개 가격이 이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이 다가올수록 값이 더 뛰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채소류 비축 물량을 조기 방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추석 물가를 잡겠다는 방침이지만, 식용유와 캔 햄 등 공산품과 선물세트도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어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체감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농산물유통정보와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정부가 올 추석 성수품으로 지정한 배추와 무·사과·배·닭고기·밤·달걀·대추·소고기·돼지고기·마늘·양파·감자 13개 품목 중 수확 전인 사과·배, 달걀을 제외한 10개 품목의 이달 평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올랐다.
배추 1포기 가격은 3416원에서 6461원으로 무려 89%나 뛰었다. 무 1개 가격도 1759원에서 2894원으로 83% 비싸졌다. 이달 초 기상 여건 악화로 배추 무름병이 발생하며 평소보다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도매 시장에서 성수품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다음 달에도 배추와 무의 출하량이 지난해 8월 대비 각각 7.9%, 14.7% 줄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올 추석 성수품으로 추가 지정된 감자(53%)와 양파(34%), 마늘(12%)도 전년 대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육류도 오름세다. 삼겹살(1㎏)의 이달 평균 가격은 2만 8139원으로 지난해 2만 5990원) 대비 8% 올랐다. 계절적 요인으로 돼지고기 공급량은 감소했으나 휴가철을 맞아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한우 등심(1㎏) 가격도 3.4% 비싸졌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급등했던 달걀 한 판(30개) 가격은 9%가량 내렸다.
본격적인 명절 준비에 돌입하기 전부터 성수품 값이 뛰자 정부는 다음 달 초 추석 물가 관리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 20일부터 적용 중인 소고기와 닭고기, 돼지고기 등에 대한 할당관세 0% 적용과 채소류 비축 물량 조기 방출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가 생산비와 운반비 역시 큰 폭으로 오른 만큼 가격을 끌어내리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앞서 “추석 이후 농식품 물가가 내려갈 전망”이라고 밝힌 만큼 올 추석 명절까진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들썩이기는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097950)과 대상, 동원F&B(049770) 등 식품 업체들은 올 추석 명절 선물세트 가격을 지난 설 대비 10% 안팎으로 올릴 예정이다. 기존에는 매년 3~5% 수준에서 인상했지만, 올해 들어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선물 세트의 주요 구성품인 식용유와 캔 햄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대형마트에 이어 다음 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카놀라유(500㎖)와 스팸(200g) 가격을 6~27% 올리기로 했다. 동원F&B도 리챔 오리지널(200g) 가격을 19%가량 올릴 예정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세트를 조립하는데 투자하는 인건비가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공산품 인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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