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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24시] 쿠팡 김범석 총수 지정 추진에 美 뿔난 이유는?

총수 지정시 각종 규제에 형사처벌도 가능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美 '강한 우려' 표명

"美 투자자 불리한 대우" 통상 마찰 소지도

김현명(왼쪽부터) 쿠팡 IR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쿠팡 상장 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쿠팡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도 대기업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데 미국이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의장이 내년 5월 총수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자국민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문제 삼은 것이다.

2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머리사 라고 미국 상무부 차관은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개최한 한미정상회담 실무회의에서 김 의장의 총수 지정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해당 소식통은 “라고 차관이 박진 당시 대표 단장에게 외국인 총수 지정 문제를 회의 우선 안건으로 올리자고 강하게 요구했다”며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한미 FTA 위반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미국 무역대표부(USTR) 이의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강한승 쿠팡 대표 페이스북


공정위는 외국인도 대기업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해 김 의장과 같은 ‘한국계 외국 국적 보유 자연인’도 총수로 지정하기 위한 조치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지정 자료 제출 의무가 생겨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현황을 보고해야 하고 자료 허위·누락 제출이 발견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문제는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했을 때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한미 FTA는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특히 에쓰오일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아람코가 에쓰오일 지분 6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아람코 지분 90% 이상을 보유했지만 공정위는 에쓰오일 한국 법인을 총수로 지정하고 있어서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김 의장의 총수 지정으로 한미 간 통상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은 높지만 그 필요성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자산 규모에 따라 대기업집단과 총수를 지정해 규제를 부과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 통상 규범 측면에서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의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를 쉽게 이해받을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렇게 불쾌감을 보이는 상황에서 총수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김 의장이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위반해 형사 고발을 당한다면 공정위는 미국의 협조를 받아 법을 집행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미국 당국이 이러한 법 집행 과정에 협조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총수 지정이 외국 기관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의민족(배민)이 대기업집단 기준을 충족하면 배민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창업자들도 총수로 지정될 판”이라며 “가뜩이나 한국은 규제가 많아 외국인 기업과 투자기관의 투자를 독려하기 어려운데 외국인 총수가 지정되면 외국인들이 투자를 더 꺼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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