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원에 달하는 이상 외환거래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1년 전부터 5대 은행에 암호화폐와 연관성이 있음을 여러 차례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상 외환거래가 다시 나타나며 파문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외환검사를 신한·우리은행뿐 아니라 모든 은행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들 또한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거래가 늘자 그해 4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을 상대로 화상회의를 열어 주의를 촉구했다. 하나은행에서 3000억 원대 외환거래를 적발한 직후 금감원은 당시 다른 은행에도 외환거래법상 확인 의무, 자금세탁방지법상 고객확인제도(EDD), 암호화폐거래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를 확인하는 강화된 EDD 등의 철저한 준수를 당부했다.
금감원의 거듭된 경고에도 은행권에서 이상 외환거래 사태가 또 발생하자 금감원은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뤄진 이상의 외환거래를 자체 점검해 결과를 29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2021년 이후 신설 업체 중 △외환 송금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이고 자본금의 100배 이상인 거래 △암호화폐거래소 연계 계좌를 운영하는 신한·전북·농협은행·케이뱅크와 입금 거래가 빈번한 경우 △특정 영업점의 외환 송금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등을 중점 점검 대상으로 꼽아 검사할 것을 주문했다. 이 기준에 따른 점검 대상 거래 규모는 금감원이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총 7조 원으로 추산됐다. 이번 점검에 모든 은행이 포함돼 이상 외환거래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금감원의 칼날이 은행권을 향하며 은행들은 뒤늦게 외환거래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음 달 중 외화 송금의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하는 팀을 본점에 꾸리고 영업점에서 특이 사항이 있다고 판단되는 외화 송금 거래가 발생할 경우 한 번 더 들여다볼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해외 송금을 처리할 때 추가 정보를 요청해 거래의 진정성이나 자금 원천을 미리 확인하고 자금세탁 방지 관련 사항을 고려해 유관 부서와 협의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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