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민간 택지 기준)는 현재 서울 13개 구와 과천·광명·하남시 등 경기도 3개 시에 적용된다. 물가는 폭등하는 데 비해 이들 수도권 16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최근 하향 안정세가 뚜렷해 분양가 통제가 적절한지가 논란이다. 올 들어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는 4% 올랐으나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 하락했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다. 물가 폭등은 이례적 현상이고 주택 가격이 안정 추세를 보이지만 청약 과열은 여전해 해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방침은 합리적일까. 현행 지정 기준은 투기과열지구(필수 요건) 가운데 청약 경쟁률(5 대 1 초과)과 분양 가격 상승률(물가 대비 2배), 주택 거래량(20% 증가) 등 세 가지 과열 지표(선택 요건) 중 하나를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에 ‘2개월 전 청약 경쟁률 5 대 1 초과’ 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해제하지 못한다고 한 이유다.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로또 아파트’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서는 이를 ‘청약 과열’ ‘투기 과열’로 간주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청약에 관심이 없다가도 당첨되면 몇억 원씩 챙긴다니 무조건 넣고 보자는 거품부터 발생한다. 원인과 결과를 뒤섞어 규제한 결과 한 번 지정되면 어지간해서는 해제되지 않는다는 경직성도 문제다.
이런 모순의 배경에는 정부가 2019년 10월 민간 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면서 지정 필수 요건을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곳’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변경한 데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에 지정하는데 여기서 ‘현저히’라는 기준은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 개입 강도가 가장 높은 가격 규제인데도 정량적 측도 대신 모호한 잣대를 들이댄 것부터 논란거리다.
/권구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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