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주식·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에서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여수신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빚부터 갚고 여유자금은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 투자자산에 넣기보다 은행에 맡겨두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750조 5658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 대비 28조 56억 원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7개월 만에 60조 5292억 원이나 급증했다. 7월 한 달 사이 정기예금이 27조 3532억 원, 적금은 6524억 원 불었다. 올 들어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수신금리를 올리며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파킹통장에 임시로 넣어뒀던 돈이 예금으로 대거 이동했다”면서 “오랜만에 ‘저축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 고금리의 빚부터 갚아버리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7조 4367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 2155억 원 줄었다. 감소 폭도 4월(8020억 원), 5월(1조 3302억 원), 6월(1조 4094억 원) 석 달 연속 커지는 추세다. 지난달부터 강화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총 대출액이 1억 원이 넘는 차주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탓도 있다. 그렇다고 신용대출이 늘지도 않았다. 신용대출의 경우 7월부터 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던 규제가 풀렸는데도 한 달 새 1조 8533억 원이 또 줄어들었다. 기준금리를 따라 대출금리도 치솟으면서 대출 목적이 불분명한 신용대출부터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제외한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1조 원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8월부터 생애최초주택 구매자는 집값의 최대 80%를 빌릴 수 있게 되면서 가계대출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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