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기술고시(기시) 출신 공무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취임 일성으로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를 비전으로 제시한 이영 장관 체제 하에서 전문 소양을 갖춘 기술관료인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가 크게 주목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최근 중기부 국장급 인사에서 기시 34회인 박용순 벤처혁신정책관이 창업진흥정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역동적인 벤처창업생태계 조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할 창업벤처혁신실 내 선임 국장 자리다.윤 대통령이 제1호 국정과제 지정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을 주도할 소상공인정책관에는 기시 30회로 직전에 기술혁신정책관을 맡았던 원영준 국장이 임명됐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국정과제에 선정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근절 및 불공정거래에 대한 대책 수립을 책임질 기술혁신정책관에는 기시 32회로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에서 본부로 복귀한 장대교 국장이 꿰찼다.
인사를 총괄하는 운영지원과장 자리에는 중기부 개청 51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과장이 발탁됐다. 기시 39회의 김지현 부이사관이 그 주인공이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총괄하는 글로벌성장정책관에 기시 33회인 최원영 국장과 지방중소기업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대구경북지방청장에 기시 29회인 백운만 국장, 감사원 출신이지만 개방직인 감사관 자리에 기시 32회인 박준홍 국장 등도 외곽에 포진해 이 장관을 보좌하고 있다.
공대 출신이 핵심 보직을 차지하면서 중기부에서는 기술고시 전성시대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출신답게 국회의원 시절 암호학을 전공한 디지털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이 장관이 공대 출신을 선호한 것도 있지만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주창하는 현 정부의 국정 목표와 궤를 같이 하는 맞춤형 인사라는 후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기술직이 본부 주요 보직국장을 꿰차면서 직렬 한계를 넘어선 능력 중심의 인사 원칙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기술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중앙 정부에 입직한 것은 1953년 고등고시 기술과가 시행되면서부터다. 이후 2003년부터 행정고시와 통합 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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