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D램 반도체 수요 증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경기둔화로 정보기술(IT) 기기 시장까지 위축되는 탓이다. 아직까지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과 국내 전체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D램의 비트 단위 수요 증가율을 8.3%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연간 D램 수요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내년 D램 공급 증가율은 14.1% 수준으로 예상됐다.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세를 더 강하게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낸드플래시의 수요와 공급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28.9%, 32.1%로 추정됐다.
트렌드포스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PC와 노트북 등 메모리 시장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메모리 제조사들이 재고 조정 작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비대면 수요로 한 동안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메모리 반도체 주기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가격 조정을 겪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PC용 D램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보다 14.0% 떨어졌다.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도 같은 기간 3.8%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는 우리 대표 기업들과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005930)는 D램 시장에서 42.7%의 점유율(매출 기준)을 기록해 세계 1위를 지켰다. SK하이닉스(000660)는 27.1%로 2위였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점유율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각각 35.5%, 18.1%로 1위,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내외로 가장 높은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 키파운드리 인수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강화를 적극 꾀하며 수익 안정화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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