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부동산·인프라 투자회사인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이 6년 만에 국내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재개한다. 보유중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성공적 매각이 다가오자 신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투자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이르면 이달 중 SK(034730)(주) 산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산업용 가스 생산 설비 관련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 지난 5월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줬으나 SK측과 KKR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브룩필드가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브룩필드의 인수가는 약 1조 원으로 알려졌다.
앞서 KKR은 지난 4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용 가스 설비 매각 입찰에서 브룩필드, 맥쿼리 등과 경쟁하며 인수 우선협상권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렵자 SK와 재협상에 나섰는데 진척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KKR은 그간 SK와 사업 시너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에 참여해온 만큼 이번 인수전에서도 유력 투자자로 거론돼 왔다. KKR은 지난해 11월 SK E&S가 발행한 2조 4000억 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4조~5조 원 규모로 진행 중인 SK온의 투자 유치 참여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에 KKR이 당초 제시한 투자 계획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져 인수 가격 및 조건을 조정하려 했으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수용하지 않고 브룩필드로 최종 인수자를 교체한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는 일정 수익이 안전하게 보장된다는 강점이 있으나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다” 며 "금리 인상으로 인수금융을 활용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자 KKR 내부에서 재검토가 진행되고,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우선협상권이 브룩필드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브룩필드는 최종 인수 계약을 앞두고 1조 원을 조달하려 KB국민은행과 NH투자증권(005940)을 공동 인수금융 주선사로 확보하려 협의 중이다. 인수 금융의 조건은 대출 만기 7~8년에 금리 6~7% 수준을 놓고 양측이 막판 협의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KKR이 참여한 2조 4000억 원의 SK E&S 우선주 인수에 단독으로 대출을 주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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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설비 인수를 기점으로 브룩필드의 국내 투자는 활발해질 전망이다. 브룩필드의 이번 투자는 2016년 2조5500억원에 인수한 여의도 IFC에 이어 6년 만이다. 최근 미래에셋그룹이 IFC를 4조 1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해 브룩필드는 1조 5000억 원 가량의 투자 수익을 챙기면서 투자 실탄을 두둑이 쌓았다는 평가다.
브룩필드는 최근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 주력하는 '브룩필드 글로벌 트랜지션 펀드' 조성에 나서면서 국내 친환경 인프라와 관련 기업 등 투자처도 적극 물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몸값이 3조 원 안팎에 달하는 동박 생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브룩필드 한국 사무소는 ‘사모지분(PE)’ 투자에 힘을 실으면서 인력도 보강해 지난해 한앤컴퍼니의 박준우 전무를 인프라그룹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박 부사장은 한앤컴퍼니 근무 시절 국내 인프라 관련 투자와 에이치라인 및 SK해운 등 해운사 인수, 라한호텔 운영 등을 담당했다. 브룩필드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설비 인수도 박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M&A(인수합병) 시장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지만 브룩필드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사무소 인력 확충에 따라 PE 부문 등에 추가 투자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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