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급과속 정책에 이달 국내 태양광 설비 용량이 사상 처음으로 20GW(기가와트·1000㎿)를 넘어섰다. 이전 정부의 ‘묻지 마 태양광’ 정책의 결과 태양광발전 설비량은 5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기하는 태양광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력망 보강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태양광 확대 속 전력 수급 불안 우려는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준 국내 태양광 설비는 2만 31㎿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0GW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설비는 국내 원전 설비량(23.25GW)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설비(41.20GW)와 비교해도 절반에 이른다. 특히 이 통계가 자가용 태양광발전 설비를 제외한 수치라는 점에서 이미 국내 전체 태양광 설비 규모가 원전 설비를 뛰어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설비 확충과 관련해 낮은 발전효율 및 발전 간헐성 문제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기준 전력계통망에 연결된 태양광 설비(6359㎿)는 총 741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그친 반면 원전은 태양광 대비 설비 용량이 4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력 생산량이 태양광의 20배인 1만 4260GWh에 달했다. 태양광과 원전의 설비 용량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 원전이 태양광의 5배 이상 되는 전력을 생산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태양광의 경우 날씨나 기후에 발전량이 크게 좌우돼 전력 수급 상황에 따른 발전량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주 지역에서는 태양광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 제어가 빈번하며 내륙에서도 출력 요청 시 몇 시간 내에 즉시 가동되는 값비싼 LNG 발전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태양광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탄소 중립 등의 이슈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원전과 신재생이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믹스 정책으로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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