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서울보증보험이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선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이 IPO 주관사 수임을 놓고 분주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상장 후 기업가치가 3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서울보증은 공모 실적뿐 아니라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으로 상징성이 적지 않지만 업무량에 비해 높은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최근 미래에셋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KB·삼성·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를 상대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송부했다. 통상 RFP 발송에서 주관사 선정까지 한 달가량 소요돼 조만간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빠르면 이달 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서울보증 상장 주관사가 대표 및 공동 주관사 형태로 2~3곳이 선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서울보증보험에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서울보증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보는 서울보증 지분 93.85%를 보유 중인데 10%가량을 IPO로 매각하고 서울보증이 상장된 후 2~3년에 걸쳐 소수 지분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나 입찰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매각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보증 IPO는 전형적인 ‘공기업 딜’이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IPO를 주관하는 점에서 해당 증권사는 대외 신인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주요 공기업 중 마지막 상장은 2010년 1월 코스피에 입성한 한국지역난방공사(071320)로 13년 전이어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이다. 서울보증의 자기자본 규모도 큰 편이어서 공모 실적도 곧바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서울보증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이 5조 1642억 원이고,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해 상장시 몸값을 3조 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울보증보험의 구주 매출에 따른 공모 규모도 약 3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기업이다 보니 IPO 주관 및 인수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증권 업계에서 IPO 수수료는 통상 공모액의 1%대에서 결정되는데 공기업들은 감사원 감사나 국회 국정감사를 의식해 증권사에 수수료를 최대한 낮게 지급하고 있다. 실제 공기업의 IPO 역사를 돌아보면 ‘수수료 덤핑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2017년 IPO를 추진했던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은 공모액의 0.1~0.2%로 수수료율을 후려쳐 논란이 됐다. 2009년 상장한 그랜드코리아레저(GKL(114090))의 수수료율은 0.0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RFP를 받은 증권사 상당수가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할지, 참여하면 어떤 경쟁력을 부각시킬지를 놓고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서울보증 상장 준비 작업은 일이 많아 상당한 인력이 필요한 만큼 수수료를 과도하게 낮추는 방식으로는 절대 입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외 신인도와 공모 실적 등이 중요한 미래에셋이나 NH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사는 무조건 서울보증보험 주관사 선정에 참여한다는 방침이지만 공기업 IPO 특성상 입찰 과정에서 차별화할 요소가 수수료율밖에 없어 어느 수준까지 수수료 수입을 낮춰 제시할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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