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에 이어 이달 5일 첫 달 탐사선 ‘다누리호’의 발사 성공까지 겹치면서 항공·우주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항공·우주 박물관을 찾아봤다. 막바지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구역 내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이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2020년 7월 개관했는데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 한인 비행학교 설립(1920년) 100주년을 기념해 설립됐다.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항공 산업의 역사와 함께 현재와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풍부하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외관부터 특이한데 박물관 측은 “비행기의 터빈엔진 모양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박물관 안에 들어서서 중앙홀 천장을 바라보면 엔진 형태가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박물관 자체는 3개 층으로 나눠 전시된다. 각각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테마로 하고 있다.
먼저 1층에서는 세계 항공사의 발전 과정과 우리나라 항공의 역사를 이끈 위인들, 사건들과 함께 실물 항공기를 만나볼 수 있다. 임시정부 비행장교 1호인 ‘이용근 비행사의 면허증’이나 우리나라 항공의 선구자로 불리는 ‘공중용사’ 안창남의 비행기 ‘금강호’, 대한민국 공군 역사상 최초의 전투기 ‘F-51(무스탕)’ 등이 전시돼 있다. 라이트 형제의 세계 첫 비행기부터 현대의 첨단 전투기까지 길게 늘어선 모형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층은 항공 산업의 현주소를 안내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블랙이글스)’ 체험과 항공기 조종 관제 체험 등이 진행된다. 블랙이글스 탑승 체험존에서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끼고 360도로 회전하면서 비행 체험을 할 수 있다.
조종 관제 체험 공간에서는 항공기 기장 출신 해설사가 B747 조종석에 앉아 모의 공항 관제탑과의 교신을 돕는다. 또 승무원 출신 강사가 진행하는 기내 안전교육과 비상 탈출 훈련, 승무원 직업 체험도 2층 공간에서 함께 진행한다.
3층은 미래 항공을 주제로 항공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현재와 미래상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이다. 증강현실(AR)·VR 기기를 활용한 항공레저 스포츠 체험 등이 진행된다. 또 수직이착륙 무인기 ‘TR-100’과 태양광 전기동력 무인기 ‘EAV-2’ 등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옥상에는 김포공항에서 항공기들이 이착륙하는 광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망 휴게 공간이다.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날아오를 때마다 탄성이 쏟아진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이와 함께 특별전시로 13일부터 ‘안창남 고국 방문 비행 100주년 기념 특별전-공중용사 안창남(1900~1930)’을 10월 10일까지 진행한다.
항공과 우주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으로는 경기도 과천의 국립과천과학관이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이 처음 문을 연 것은 2008년인데 과학관 2층의 첨단기술관 내에 현재와 같은 항공 우주 코너가 생긴 것은 2018년이다.
이중 ‘항공기술 코너’에서는 드론, A380 초대형 항공기, 미래항공기 등을 AR·VR·시뮬레이터를 통해 방문객들이 체험할 수 있다. 과학관 수준에 맞게 방문자들은 드론의 구조, 비행 원리 등 이론적 배경부터 영상과 실물로 공부할 수 있다. 또 드론 시뮬레이터를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조종해 볼 수도 있다.
‘우주기술 코너’에서는 우리나라의 첫 액체추진제엔진로켓(KSR-Ⅲ) 등 최신 우주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우주여행극장-스페이스 패러독스’를 통해 우주개발 상황을 실감나는 영상으로 체험 가능하다.
야외 전시장에는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와 함께 ‘무궁화 1호’ 위성을 쏘아올린 미국 델타로켓의 모형이 위치해 있어 포토존이 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누리호·다누리호의 성공과 관련해 현재 1층과 2층에 각각 ‘누리호’ 실물 엔진과 ‘다누리호’ 모형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8월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항공대 캠퍼스 안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도 흥미롭다. 항공우주과학 전문교육기관인 항공대가 항공우주기술과 관련된 국내외의 사료와 지식을 정리해 전시하고 있다. 2004년 처음 문을 열었으니 국내 항공우주박물관의 시초라고 볼 수도 있다.
야외 전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교통부에 등록된 민간항공기 L-16, 공군의 훈련용 제트기, 항공대 학생들이 직접 설계해 만든 비행기 등의 실물이 전시돼 있다.
특히 박물관 옆에는 대한항공에서 1992년부터 2014년까지 실제로 운영했던 A300-600 항공기가 전시돼 있다. 높이 16m, 길이 54m로 기자의 경험으로는 국내 최대 크기의 일반 전시 항공기다. 항공기 안은 체험전시실·항공실습실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다만 박물관의 실내 전시장은 현재 리모델링 중인데 박물관 측은 “9월 이후 재개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사진(서울·과천·고양)=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