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질수록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회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9일 경제 학계에 따르면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최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급등하는 미국 금리와 점증하는 외환위기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나라 금융·외환시장이 외부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려면 미국의 재무부·중앙은행·의회 인사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3~2015년 금융위원장을 지낸 신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 관료다. 신 전 위원장이 미국 주요 인사의 인맥을 강조한 것은 경제가 불안할수록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귀해지기 때문이다. 달러가 부족해지면서 많은 국가가 미국과의 유동성 공급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경기 침체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이유다. 반면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미국과의 교섭을 외면하는 등 경제 외교가 부실해 문제를 더 키웠다는 평가다. 신 전 위원장은 “미국은 사실상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모든 국제금융 기구를 움직이고 있으며 강력한 금융 제재까지 할 수 있다”며 “준(準)기축통화를 발행하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발간된 역대 미국 재무장관이나 연준 의장들의 자서전을 보면 그들만의 핵심 인맥이 있다”며 “이러한 이너 서클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놓으면 급할 때 아주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전 위원장은 환율 방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7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86억 1000만 달러로 올 들어 약 23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신 전 위원장은 “외국인은 투자한 돈을 떼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외환보유액을 가장 중요한 국가 신인도로 본다”며 “인위적인 환율 방어선을 정하고 외환보유액을 의미 없이 소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한 팀을 이뤄 모든 정보를 공유하면서 독자 행동을 피할 것도 주문했다. 국내 주요 수출입 기업과의 소통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 전 위원장은 “기업 상황을 알아야 시장 대응이 수월하고 불안 심리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