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김혜란 씨가 동일인 관련자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정위는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고 동일인과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설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제도는 대기업집단 시책의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획정하는 기준이 된다. 현행 시행령은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로 규정했으나 국민 인식에 비해 친족 범위가 넓고 핵가족이 보편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집단의 자료 제출 의무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공정위는 친족 범위를 혈족 4촌, 인척 3촌까지로 축소하되 혈족 5~6촌 및 인척 4촌이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친족에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요건은 △동일인 측 회사 주식 1% 이상을 보유했거나 △동일인·동일인 측 회사와 채무보증·자금대차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다. 개정안 시행으로 60개 대기업집단의 친족 수는 8938명에서 4515명으로 약 49.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동일인에게 사실혼 배우자가 있는 경우 친족 범위가 늘어날 가능성도 생겼다. 공정위가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설립된 자(子)’가 존재하는 경우 사실혼 배우자를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사실혼 배우자가 계열회사의 주요 주주로서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에도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돼 있어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향을 받는 대기업집단은 SM그룹이다. 우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김 씨는 SM그룹 계열사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동안 친족 등 동일인 관련자로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경우 공익법인인 티앤씨재단이 동일인 관련자로 포함돼 있어 시행령과 관계 없이 동일인 관련자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김범석 쿠팡 의장 등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요건을 규정하는 내용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외국인에 대한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은 산업부·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통상 마찰 우려를 최소화한 뒤에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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