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전사 출근을 고수해오던 게임업계가 ‘깜짝’ 재택 전환 결정을 내렸다. 8일 오후부터 밤 사이 서울, 경기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탓이다. 직원들은 사측의 발빠른 결정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8일 폭우 이후 전사 재택 결정을 내렸다. 넥슨, 넷마블은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재택을 이어갔다. 추후 방침은 미정이지만 이날도 폭우가 쏟아질 경우 긴급 재택 지침이 내려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엔씨소프트(NC)는 9일 하루 재택 후 10일 다시 출근 전환했다.
스마일게이트에선 재택 권고 방식을 두고 노사 간 의견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9일에도 폭우가 이어지자 당일 오후부터 직책자 판단 하에 재택으로 전환했다. 다만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이같은 조치가 사내 전체 공지가 아닌 팀별 공지로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9일 성명서를 통해 “폭우 관련 미흡한 대응을 규탄한다”며 “(9일 현재) 출근한 인원을 최대한 빨리 조기 귀가시키고, 재난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스마일게이트 측은 “직원들이 사내 인트라넷 공지보다는 조직별 직책자의 문자를 더 빨리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날도 도로 통제 등으로 교통이 불편한 인원은 재택근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N(넥슨·넷마블·엔씨)’을 비롯한 대다수 게임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직후인 지난 6월부터 전사 출근으로 전환했다. 지난 2년간 재택 근무를 이어가며 다수 신작 출시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경우 신작 출시 직전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고강도 협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원격 근무 체계 하에서는 이같은 관행을 이어가기 어려웠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연이은 재택근무로 '트릭스터M', ‘블레이드 & 소울 2’ 등의 출시 일정을 미뤘고,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부터 52시간제가 도입된 가운데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체계가 되면서 게임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발빠른 재택 전환에 직원들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간만의 재택인 데다가, 사측이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아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택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교통 통제가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재택할 수 있다는 게 고맙고 다행스럽다”며 “재택이 아니었으면 휴가를 써야 할 뻔했다”고 안도했다.
한편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체들도 폭우 기간 동안 전사 재택을 권고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임직원에게 주 3일 현장출근과 전면 원격근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는데, 폭우로 인해 오는 12일까지는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현장 출근한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공지했다. 카카오는 8일 전사 재택 공지를 내렸고, 폭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이를 11일까지로 연장했다. 또 8일 밤 퇴근이 어려운 일부 임직원에게 인근 지역 호텔 숙박비를 지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