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적자 전환과 기금 고갈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연금 개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는 수개월째 자리가 비어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벌써 100일이 다돼가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 모두 공석이라 공단 직원의 이탈과 복지부동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국민연금 수장 공백 사태는 넉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20대 대선 직후인 4월 김용진 이사장이 중도 사퇴한 뒤 후임 이사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주무 부처인 복지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임명된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복지부 장관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공단 이사장 인선 작업까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도 10월이면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국민연금 수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 모두 자리가 비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달 말 공단은 뒤늦게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이사장 공모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서류 심사와 면접을 등을 거쳐 이사장 임명까지는 최소 1~2개월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전문 인력 이탈과 함께 직원들 사이에서는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14명이 사표를 던진 탓에 기금운용본부 가동 인력이 정원 대비 20%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처럼 서울본부를 활성화해 고급 전문 인력의 이탈을 막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신임 이사장이 부임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관련 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도 직원들의 복지부동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