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빚을 줄이거나 수익을 늘려 재무 상태를 개선한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더 주는 방향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개편한다. 이를 위해 재무 성과의 비중을 높이는 대신 사회적 가치 구현의 배점은 낮추는 방식으로 평가 기준을 손본다. 현 평가 제도가 재무구조 악화에도 채용을 늘리면 후한 평가를 줘 공기업의 재무 부실을 부추긴다고 봤기 때문이다.
1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 방향을 공개한다. 임직원의 성과급과 직결되는 경영평가 배점을 조정해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우선 경영평가 지표 중 ‘재무 예산 운영·성과’의 배점을 높일 예정이다. 재무 배점은 기관별 △부채 비율△ 영업이익률 △이자 보상 비율 등을 평가해 산정한다. 정부는 이 지표의 배점을 높여 공공기관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사회적 가치 구현’ 배점 비중은 낮춘다. 사회적 가치 배점은 일자리 창출과 안전 및 환경 등을 세부 지표로 삼아 평가한다. 정부는 각각의 지표를 분석해 그 취지를 일정 수준 달성한 경우 배점을 낮출 계획이다.
지난 정부에서 바꾼 경영평가 방식을 되돌리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는 재무 평가 비중을 낮추고 사회적 가치의 배점을 높였다. 총 100점 중 재무 배점은 5점(공기업 기준),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평가 배점은 24점으로 조정됐다. 재무적 부담을 떠안더라도 채용을 늘리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공기업 부실을 키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공공기관 지정 기준 등 관리 체계 개편안도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지정 기준을 변경해 130개에 달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줄이는 대신 기타 공공기관은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기재부가 경영평가와 감독을 담당하고 임원 인사도 총괄하지만 기타 공공기관은 주무 부처에 경영평가·감독·인사 권한이 주어진다. 또 기타 공공기관 인력·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가 사실상 독점하던 공기업 관리 권한을 주무 부처에 상당 부분 넘겨 부처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전력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처럼 부채 규모가 큰 기관을 제외한 여타 기관은 각 부처가 자율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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