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며 이를 개편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전경련은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방향과 과제를 담은 ‘원활한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세제 개선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전경련은 의견서에서 국내 산속세율이 OECD 최고 수준이라며 이것이 기업의 경영 의지를 떨어뜨리고 투자·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구체적으로 OECD 38개국 중 20개국이 한국과 달리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60%에 달해 기업의 경영 활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에 상속세제 개선 과제로 △상속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단순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적용 기업 확대 △유산취득세로의 과세방식 전환 등을 제안했다. 전경련은 우선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자고 건의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경련 측 의견이었다. 자본이득세는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재산을 실현되지 않은 자본이득으로 간주해 상속인이 추후 상속 재산을 처분할 때 발생하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OECD 주요국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바 있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규정도 폐지할 것도 요구했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는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식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전경련은 기업의 경영실적과 대외 위험도, 성장잠재력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적정 수준의 할증률이 모두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할증률을 20%씩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었다. 전경련은 “OECD 국가 중 한국만 최대주주 주식에 일률적으로 할증 평가를 적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경련은 나아가 가업상속공제가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됐고 최근 공제 한도를 늘린 세제개편안으로 대기업에 대한 세부담이 편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법은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일정 한도로 과세 대상에서 공제한다. 전경련은 이 대상을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전경련은 과세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이 상속하는 재산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는 ‘세금 부담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을 저해한다는 게 전경련의 지적이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재산을 분할한 뒤 각자의 상속분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식을 따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