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매판매 업체인 월마트 등 미 유통기업들이 소비가 둔화된다는 우려에도 2분기에 예상보다 나은 성적을 내며 급등했다. 원자재 값 상승에도 소비 심리가 살아 있다는 징후가 포착된 만큼 유통주에 대한 투심이 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 시간) 월마트는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5.10% 급등한 139.3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오른 배경에는 시장의 우려보다 좋았던 2분기 실적이 작용했다. 월마트는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1527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전망치인 매출 1508억 1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1.77달러로 이 역시 월가 전망치(1.62달러)보다 높았다. 미국의 소매판매 업체인 홈디포도 매출·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찍으며 4.06% 반등했다. 홈디포는 2분기 437억 9000만 달러 매출에 주당 5.05달러 순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돈 수치다. 또 다른 대형 유통 업체인 타깃 역시 17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며 4.57%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대형 할인마트로 몰리면서 유통주가 견고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인플레이션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며 중산층과 고소득층까지 월마트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에 대한 기대감이 애초에 낮았던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 유통주들이 원자재 값 상승으로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실적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어두웠다. 실제 실적 둔화 우려감이 커지며 월마트와 타깃, 홈디포 등은 주가가 반등했음에도 연초 이후 각각 3.67%, 21.11%, 22.14% 밀린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미 유통주 중 신사업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월마트에 주목하고 있다. 월마트는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도입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도전장을 내미는 등 신사업 다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저가의 자체상표(PB) 상품, 식음료품 등을 비롯한 필수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e커머스 채널로의 접근이 과거 대비 수월해졌다는 점이 월마트의 매출에 긍정적”이라며 “주문·취소 등 매입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함으로써 기타 비용 상승 효과를 상쇄해 이익 방어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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