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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너마저"… '수출 코리아' 올해 꺾인다[양철민의 경알못]

삼성·하이닉스 납부액.. 韓 전체 법인세의 26% 차지

반도체 韓 수출 20% 차지하지만 실제 경제효과는 그 이상

올해 반도체 경기 급랭.. 8월 반도체 수출 마이너스 성장 예상

수요부족에 가격 반등 쉽지않아…韓, 불황의 늪 빠지나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수출액이 D램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올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이달 10% 후반대로 주저앉으며 ‘반도체 코리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하이닉스 법인세 납부액.. 韓 전체의 26%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5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데 그치치만, 실제 경제효과는 그 이상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플랫폼 업체와 견줄 정도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실제 반도체 단일 제품에 ‘올인’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한다. 가전·스마트폰 등 여타 사업부 비중이 큰 삼성전자 또한 반도체 부문만 영업이익률을 별도 집계할 경우 SK하이닉스 이상의 이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은 법인세로 납부하는 금액이 많아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법인세 비용’은 13조4443억원에 달하며,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비용 또한 3조7997억원이다. 지난해 법인세수가 65조5000억원이라는 점에서, 이들 두 기업이 납부한 법인세 비중은 단순 계산시 전체 법인세의 26%에 달한다.

제조업인 반도체 기업이 이 같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독과점’ 덕분이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개사가 과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년 수십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액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영업이익이 가능하다. 특히 D램은 기술장벽이 높고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투자액도 천문학적 구조이기 때문에, 초정밀 D램 시장에서 여타 기업의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낸드플래시 시장은 앞선 3개 업체 외에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등 5개 업체가 과점하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이익이 박하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를 완료한데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과점의 이익을 조만간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경제에서 남다른 위상을 자랑하는 이유다.

반면 디스플레이, 선박, 화학, 배터리 등 여타 주력산업군은 치열한 시장경쟁 및 높은 원가 부담 때문에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올 2분기 9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LG디스플레이 또한 올 2분기 48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 화학업체인 롯데케미칼의 올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214억원에 달하며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3.8%대에 불과하다.



2012년 국내 수출품목 1위(수출액 기준)를 기록하며 한떄 ‘수출역군’으로 불렸던 정유 관련 기업들이 글로벌 유가 상승에 따라 올 2분기 1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반짝’ 했을 뿐이다. 한국경제 내에서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도체 수출도 ‘마이너스’.. 불황의 늪에 빠지나


문제는 이 같은 반도체 수출 마저 요즘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 하락한 62억7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9%에서 18.7%로 1년새 2.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까지 25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 ‘플러스’를 기록했던 반도체 수출액도 이달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2.1%를 기록하며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3월 37.9%를 정점을 찍은후 4월(16.0%), 5월(14.9%), 6월(10.7%), 7월(2.1%로) 까지 넉달 연속 하락세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하락세로 돌아선데다 천연가스 등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우리나라는 올해 무역부문에서 ‘역대 최악’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올해 무역수지는 4월(-24억7600만달러), 5월(-16억달러), 6월(-24억8700만달러), 7월(-48억500만달러) 등 넉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 또한 적자 기록이 확실시 된다. 5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2008년 4월 이후 14년여만이다. 이달 1~20일 기준 무역적자 규모는 102억17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이후 1~20일 기준 무역적자액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올 8월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실제 올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액은 254억70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1996년(- 206억2400만 달러) 수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말 각 산업별 기술고도화 전략을 골자로 한 수출진흥책을 내놓으며 반등을 노리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가격 반등과 에너지 가격 하락 모두 당분간 기대하기 쉽지 않은데다 중국과의 무역수지 또한 넉달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최근 대중 교역 적자 확대가 이슈가 되는데,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은 지난해에도 대중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며 “중국이 중간재 내재화 등을 골자로 한 ‘쌍순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등 핵심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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