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집을 산 청년층·신혼부부 등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기준금리가 무려 2.00%포인트나 뛰면서 1인당 이자 부담은 연간 130만 원가량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다달이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늘어만 나는데 실질 월급은 되레 쪼그라들고 있어 행여나 부실로 이어질라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한은 등에 따르면 약 1년동안 기준금리 2.00%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 8000원(16만 1000원×8)가량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오를 때마다 가계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이 16만 1000원씩 오른다고 했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7조 9000억 원이며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기준금리 조정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비중은 78.1%에 이르러 실제 체감하는 충격은 더 클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2021년 8월 2.62~4.19%에서 2022년 8월 4.18~6.204%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혼합금리는 2.92~4.42%에서 3.77~6.069%, 신용대출 금리는 3.02~4.17%에서 4.498~5.80%로 상향 조정됐다.
특히 생애 첫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던 2030세대의 어깨를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에서 장래 소득 산정 방식을 개선해 청년층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늘어난 탓이다. 예컨대 연소득이 3000만 원인 만 29세 청년이 규제 지역에서 9억 원 아파트를 처음 구매할 경우 장래 소득을 인정받아(연 소득 3942만 원) 2억 6550만 원(반영 전 2억 2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추가 확보한 여력만큼 월 상환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각국 중앙은행이 2020년과 2021년 급격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고삐를 더 바짝 조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로 기대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은 한은 금통위에서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리라는 시장 전망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연내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7%를 돌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재 상단인 6.204%에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0.25%포인트)과 10·11월 인상분(0.5%포인트)까지 반영될 시 6.954%에 달한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변동형 주담대를 선택한 차주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NH농협·하나·우리은행 등이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수신금리 인상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인상→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 인상 등 연쇄작용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던져진 부메랑을 영끌족이 맞게 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상대적으로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다른 문제는 고물가에 뒷걸음치기기 시작한 실질소득에 있다. 올해 2분기 전국 1인 이상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490만 9523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8.77%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도 0.05% 줄었다. 1년 새 매달 갚고 있는 빚이 11만 원가량 늘었으니 한층 팍팍한 살림살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월급쟁이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도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기업의 이자 비용은 약 2조 원 증가한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가구가 채무불이행에 진입하지 않도록 일률적 방식보다 가구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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